특히 올해 증시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확연히 양분된다. 상반기에는 뱅가드펀드 벤치마크지수 변경이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았으며 하반기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걸림돌이 됐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10월 말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으나 양적완화 조기 축소 우려에 급격한 조정을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주식시장을 억누를 수 있다는 비관론을 내놓으며 낙관론자와 의견이 분분하다.
◆외국인이 흔든 올해 증시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한 것은 외국이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코스피에서 외국인들은 10조21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특히 6월 한 달간 외국인은 5조원 이상의 물량을 내놓으며 코스피를 220포인트(5월 31일 2001.05→6월 25일 1780.63) 이상 끌어내렸다.
이에 반해 하반기 들어서는 13조315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0월에는 외국인이 44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 행진을 기록하며 14조원 가까이 쓸어담아 코스피가 2년 3개월 만에 2060선(10월 30일 2059.58)까지 상승했다.
상반기 ‘뱅가드 펀드 벤치마크 변경’ 탓으로 연일 매도를 외치던 외국인이 하반기 들어서는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확대되면서 자금을 대거 유입시킨 것이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는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 북한리스크, 엔화약세, 신흥국 자금유출 우려가 이어지면서 6월 말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하반기에는 양적완화 축소 우려 완화와 고조를 반복한 가운데 환율 이슈,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양적완화 이슈 마무리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주식비중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적완화 축소 단행 탓에 지난달 이후 외국인 수급이 조정을 받는 상태지만 향후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비중확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싸이 덕에 의료정밀 업종 1등?
올해 코스피 업종 가운데 의료정밀과 통신업이 크게 올랐다. 특히 의료정밀은 테마주를 업고 올해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의료정밀 업종은 지난해 말 1197.38에서 현재 1782.67로 585.29포인트 올라 50% 가까이 치솟았다. 이는 다수 테마주가 업종안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의료정밀은 디아이, 미래산업, 우진, 케이씨텍 등 총 4개 종목으로 이뤄져 있다.
디아이는 싸이 부친인 박원호 씨가 대표로 있는 반도체 검사장비업체로 일명 ‘싸이 테마주’다. 이 종목은 올 들어 3420원에서 1만원까지 192.4% 올랐다.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정책 테마주로 거론된 우진의 경우 20% 이상 상승했고, 케이씨텍은 40% 가까이 올랐다.
이에 반해 안철수 테마주인 미래산업은 되레 13% 가까이 하락했다. 이 종목은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주와 안철수 의원 간에 친분이 있다는 소문에 정치 테마주로 분류됐다.
의료정밀 외에 통신업이 25% 올라 뒤를 이었다.
최윤미 신영증권 연구원은 “통신업종지수는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확대에 따른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 성장으로 크게 올랐다”며 “업체별 주가는 다소 차별화된 추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SK텔레콤(49.18%)과 LG유플러스(35.9%)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KT(-11.13%)는 LTE 가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무선 가입자감소, 실적 부진, 배당 축소 등으로 약세를 지속했다.
◆시총순위 지각변동… 현대로템·네이버·SK하이닉스 껑충
올해 코스피 업종별 시가총액 지형도가 크게 바뀌었다. 만년 2등주가 업종 대장주에 등극하고 순위권 밖의 종목이 상위권을 꿰차는 등 시가총액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금융업종 내에서 2등주였던 신한지주가 올 들어 주가가 20% 이상 뛰면서 시가총액이 18조4226억원에서 22조1925억원으로 3조8000억원 가까이 늘면서 업종 대장주에 등극했다. 이에 반해 부동의 1위였던 삼성생명은 업종 전반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1조6400억원 늘어난 20조5000억원으로 1등 자리를 내줬다.
운수장비에서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인 현대로템이 상장과 동시에 업종 10위권(우선주 제외)에 올랐다. 상장 첫 날인 지난 10월 말 현대로템 주가는 공모가(2만3000원) 대비 68.5% 높은 3만8750원으로 마감했으며, 현재 시총은 2조4352억원이다.
코스피 전체에서는 특히 지난해 말 시가총액 22위였던 네이버가 최근 6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10조9249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현재는 2배 이상 늘어나 24조1946억원에 달한다.
또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17조8744억원이였던 시가총액이 26조288억원으로 늘어나 12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순위는 경제적 의미, 투자매력도, 시장 선호도 등과 관련이 조금씩은 있을 수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더 강한 지표이다”며 “시가총액 순위에서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변화의 경향과 방향성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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