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를 맞아 해외 또는 지방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며 서울시내가 텅 빈 모습이다.
이번 연말연시에 주말·크리스마스 등이 겹치면서 직장인들이 연차를 쓰고 4~5일씩 장기간 휴가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항 출국장은 평일임에도 북적거렸고, 주요 해돋이 명소에 위치한 숙박시설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
반면 서울 도심은 올해 내내 경기 불황과 기다리던 연말 특수마저 사라지면서 시민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 텅 빈 서울
지난 28일 강남·종로 등 서울 주요 도심지역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주말을 맞아 20~30대 젊은이들이 붐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거리에선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두 손 가득 전단지를 움켜쥐고 추위를 쫓으려 제자리뛰기만 하고 있었다.
강남역 인근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강모씨(35)는 "주말이면 발 디딜틈 없이 손님들이 쏟아져나와야 하는데 연말임에도 손님이 거의 없다"며 "10시간 서 있어도 장갑 5켤레를 못파는 날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강남역에서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1)도 "평소 같으면 지금쯤 테이블 회전이 서너 번은 돌아야 하는데 손님이 거의 없다"며 "저녁에도 매장 점유율이 70~80% 수준밖에 안 돼 확실히 젊은층 손님이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종로도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이곳의 한 음식점 점원은 "맛집으로 유명해지면서 1~2시간 대기를 해야 식사를 할 정도인데, 요즘에는 줄서는 손님도 없고 매장이 다 차는 경우도 드물어 연말임을 실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택시기사는 "예전 같으면 종로에서 늦은 시간 택시 잡는 사람들이 많아 목적지를 듣고 골라가면서 태웠을 텐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시내 마트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5시 중구의 한 마트는 손님과 점원이 반반이었다. 정육코너 직원 김모씨(47)는 "1+1, 2+1 세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매장 자체에 손님이 없어 이 기간 매출이 전년보다 20~30% 줄었다"고 전했다.
◆ 해외로 스키장으로… 새해맞이 '신풍습'
새해를 맞아 서울을 벗어나 지방 스키장으로, 해외 관광지로 떠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은 평일임에도 해외로 떠나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실제로 탑승권을 발급받고 짐을 부치기 위해 10~20분씩 줄서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 연말은 징검다리 연휴가 겹치면서 2~3일씩 연차를 내고 유럽·북미 등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았다.
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항공권 판매가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특히 유럽·호주 등 장거리 여행 상품도 30% 판매가 증가했다. 인터파크투어의 경우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5일 사이 유럽여행 상품이 100% 예약 완료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새해를 맞는 직장인 홍지은씨(38)는 "여름에 사정상 휴가를 쓰지 못해 연말을 맞아 싱가포르 친구와 시간을 맞춰 파리로 떠난다"며 "연말연시에 북적북적한 서울에서 있는 것보다 해외로 나가 관광하면서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새해를 스키장에서 맞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진영씨(31)는 주말부터 새해까지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 스키장에서 동아리 회원 10여명과 보낼 예정이다.
그는 "겨울 시즌 동안 콘도를 빌려 주말마다 동아리 친구들과 보드를 타러 다니는데, 이번 새해 연휴에도 스키장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겨울방학을 맞아 가족들끼리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지역 겨울축제 또는 키즈파크·아쿠아리움 등을 찾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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