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민 1인당 평균 4.12편(영화진흥위원회·CGV 집계 자료) 관람으로 3.88편(미국 잡지 스크린 다이제스트 예측 자료)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에 등극했다. 2012년에는 미국이 1위, 우리나라가 2위였다.
본보는 영화 감독, 제작·배급·홍보사 대표 및 임원 28명에게 ‘2013년 최고의 영화와 배우는 누구였나’라는 전화 조사를 실시했다. 해외영화 포함 5개 작품과 5인의 선택을 청했다. 총합 결과와 응답자의 실명을 공개한다. 명단은 한글순이다.
먼저 영화 감독 중에는 곽경택, 김용화, 원신연, 정연식, 최승호, 황동혁 감독이 설문에 참여했다. 제작사 길영민 JK필름 대표, 남지웅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대표, 변봉현 필름 모멘텀 대표, 심재명 명필름 대표, 안영진 미인픽쳐스 대표, 엄용훈 삼거리픽쳐스 대표, 이춘연 씨네2000 대표, 이현명 그린피쉬 대표, 최재원 위더스필름 대표가 응답했다. 또 영화진흥위원회 임우정 부장과 영화 홍보사 김영심 워너비펀 대표, 박혜경 앤드크레딧 대표, 신유경 영화인 대표, 이윤미 퍼스트룩 대표, 장보경 딜라이트 대표,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와 더불어 장혜조 월트디즈니컴패니코리아 홍보부장, 남윤숙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사가 응했다. 국내 4대 배급사의 김탁균 쇼박스 홍보부장, 임성규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 윤인호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 양은진 NEW 홍보팀장이 의견을 밝혔다.
영화인들이 뽑은 최고의 영화는 14인이 추천한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다. ‘신세계’는 국내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위장잠입을 기획한 경찰청 수사기획과 강 과장(최민식)과 위장투입된 이자성(이정재)의 이야기를 다웠다. 골드문 보스 정청을 살벌하게 연기한 황정민이 제34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박훈정 감독은 2편과 3편을 계획 중이다. 2편은 영화의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형식으로 골드문의 2인자 정청(황정민)과 이자성의 젊은 시절 얘기를 담는다. 3편은 이자성이 골드문 회장이 된 이후 이야기가 될 예정이다.
2위는 13표를 얻은 ‘변호인’(감독 양우석)이다. 지난 12월 18일 전야개봉한 ‘변호인’은 누적관객수 635만여명(1일 기준)을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간첩단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변호인은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백' 없고 '가방끈'도 짧은 송우석(송강호)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고 돈 잘 버는 세무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송변’은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일명 ‘빨갱이’ 사건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접한다. 국밥집 아주머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변호를 맡게 된 후 다섯 번의 공판을 통해 법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피력한다. 송강호의 열연이 돋보이며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 임시완이 눈길을 끈다.
하정우가 원톱 주연을 맡은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가 11명의 지지를 받으며 3위에 랭크됐다. 퇴물이 된 기자 출신의 국민앵커 윤영화(하정우)를 느물느물하게 연기한 하정우의 원맨쇼가 돋보인다. 마포대교 테러를 재기의 기회로 삼으려는 윤영화와 추가 폭파를 경고하는 범인의 심리전, 긴급속보 생중계를 시청하는 듯 생생한 긴장미를 선사했다는 평이다.
‘관상’(감독 한재림)이 9표로 집계됐다. ‘관상’은 산속에 칩거하고 있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과 처남 팽헌(조정석)이 관상 보는 기생 연홍(김혜수)의 제안으로 한양에 올라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종서 장군(백윤식)이 수양대군(이정재)의 역모를 저지하려는 과정에 내경 일행이 휘말리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렸다.
공동 4위는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 9표를 얻은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 생존자들을 태우고 끝없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이 부자들과 공권력이 있는 앞쪽 칸을 향해 돌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 옥타비아 스펜서 등 해외 배우에 비해 송강호와 고아성 연기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손님에 대한 안방마님의 배려였을 터.
할리우드 영화 ‘그래비티’(감독 알폰소 쿠아론)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7명의 선택을 받은 ‘그래비티’는 지구로부터 600㎞, 소리도 산소도 없는 곳에서 우주선 수리 임무를 수행 중이던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 박사와 지휘관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타국의 인공위성 파괴로 인해 위험에 처한 후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우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의 문을 열었다는 호평이다.
이어 설경구, 한효주, 정우성이 함께한 ‘감시자들’(감독 조의석)이 6표를 확보했고, 설경구, 엄지원, 이레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소원’(감독 이준익)과 누적관객수 14만명을 돌파하며 저력한 보여 준 다양성 영화 ‘지슬’(감독 오멸)이 각 5표를 얻었다.
류승완 연출, 하정우 한석규 주연의 ‘베를린’과 장준환 감독의 10년만의 장편 ‘화이’가 4표씩을 받았다. 할리우드영화 ‘어바웃 타임’(감독 리차드 커티스)과 ‘퍼시픽 림’이 3표, ‘친구2’, ‘남자사용설명서’, ‘사이비’, ‘아이언맨3’, ‘7번방의 선물’이 2표로 집계됐다.
그 밖에도 ‘러시: 더 라이벌’, ‘더 파이브’, ‘내가 살인범이다’, ‘연애의 온도’, ‘롤러코스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우리 선희’, ‘은밀하게 위대하게’, ‘미스터 고’, ‘월드워Z’, ‘범죄와의 전쟁’, ‘숨바꼭질’, ‘블루 재스민’, ‘더 헌트’가 각 한 번의 추천을 받았다.
2013년 으뜸 배우는 단연 송강호다. 지난해 8월 개봉한 ‘설국열차’는 누적관객수 934만 2611명을 기록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0위에 올랐다. ‘관상’이 913만 2682명으로 11위다. ‘변호인’도 635만 관객을 넘어섰다. 하지만 송강호가 압도적으로 24표를 받은 이유는 ‘한 해 2000만 관객 동원’이라는 흥행 성적표 때문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신세경, 이나영 등 젊은 여배우들과의 어색한 호흡 속에 허우적대던 그가 ‘설국열차’와 ‘관상’으로 몸을 푼 뒤 ‘변호인’으로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결과다.
송강호와 함께 ‘관상’에서 수양대군으로 출연한 이정재. 카리스마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 준 이정재가 14표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이정재를 선택한 이유로 ‘신세계’와 ‘관상’ 등 두 작품에서의 호연을 들었다. 조용한 주연과 강렬한 조연, 힘 조절이 좋았다.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파 배우 하정우와 황정민이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를 통해 ‘브라더’라는 유행어를 만든 황정민, 배우를 넘어 ‘롤러코스터’를 통해 감독의 재능까지 과시한 하정우는 똑같이 12명의 지지를 받았다.
송강호와 마찬가지로 지난 한 해 ‘감시자들’, ‘스파이’, ‘소원’ 세 작품으로 관객을 찾은 설경구가 6표로 5위에 선정됐다. 설경구는 ‘소원’에서 몹쓸 짓을 겪은 딸 소원(이레)의 아빠 동훈을 맡았다. 밖으로 내뿜는 엄마(엄지원)와 반대로 분노와 슬픔을 안으로 삭이는 연기는 무척 뜨거웠다.
‘광해, 왕이 된 남자’와 ‘7번방의 선물’을 통해 대세 배우로 거듭난 류승룡이 5표, ‘집으로 가는 길’에서 가슴 절절한 연기로 여왕의 귀환을 알린 전도연과 ‘화이’에서 김윤석, 조진웅, 김성균, 장현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 10대 배우 여진구가 4표, ‘용의자’의 히어로 공유, ‘친구2’에서 반항아의 결정판을 보여 준 김우빈, ‘미스터 고’의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 ‘그래비티’의 주인공 산드라 블록이 모두 3표를 기록했다.
2표를 받은 배우로는 김민희(연애의 온도), 틸다 스윈튼(설국열차), 곽도원(변호인)이 있다. 크리스 헴스워스(토르: 다크월드), 온주완(더 파이브), 마동석(결혼전야), 김수현(은밀하게 위대하게), 정우성(감시자들), 류승범(베를린), 서은아(짓), 조지 클루니(그래비티), 손예진(공범), 이레(소원), 전지현(베를린), 문정희(숨바꼭질), 갈소원(7번방의 선물), 김의성(관상), 엄정화(몽타주), 김윤석(화이), 이병헌(레드: 더 레전드), 케이트 블란쳇(블루 재스민), 손현주(숨바꼭질), 유오성(친구2), 박성웅(신세계), 장쯔이(일대종사), 로빈 라이트(투 마더스), 리어나도 디카프리오(위대한 개츠비 등)가 응답자 한 사람의 뇌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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