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특히 남북, 주변국 관계에 대한 문제에서도 이들은 사사건건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 정부의 새로운 외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독수리(미국)는 날이 갈수록 날갯짓이 둔해(쇠퇴)지고, 용(중국)은 독수리를 떨어트리기 위해 더 높은 승천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선포로 드러난 세계 2인자의 야망.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내포한 중국에 대한 견제.
이제 진부한 용어가 돼버린 'G2(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시작됐고, 한반도는 그 폭풍의 중심에 있다.
미국은 한국에 있어 영원한 동맹국의 의미가 있는 나라로 지난해에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기도 했다.
중국 역시 우리에게 북한문제의 해결사로 등장하는 이웃이자, 수출로 먹고 산다는 한국의 무역 의존도에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이런 이유로 미·중의 기싸움에서 한국은 어느 쪽에도 치우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G2시대의 등장이 우리에게 불편한 이유다.
특히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을 둘러싼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로 인해 국제 외교무대에서 서로 큰 목소리를 내려는 G2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 목소리 높이는 중국, 주춤하는 미국
미국이 국제사회의 이슈를 미국의 의지대로 호령하던 시절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동안은 미국의 입장이 곧 세계의 입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실험, 6자회담 등 북한 관련 문제, 방공식별구역 문제만 보더라도 중심축은 중국에 더욱 가까워 보인다. 심지어 미국의 기세에 중국이 밀리지 않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해서 미국 스스로가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고, 중국도 스스로 전면에 중재자로 나서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해 왔다.
정낙근 여의도연구소 정책실장은 중국이 최근 북한과의 갈등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은 "한반도에 대한 외교력과 G2 국가로서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최근 불거진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 논란에서도 중국은 거침이 없었다.
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CADIZ 확대를 주변국에 설명 없이 선포했고, 집단적 자위권 인정 등으로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은 즉각적인 반박 성명으로 응수했다.
미국 역시 중국의 CADIZ 선포를 두고 "주변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도발"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일종의 비난 경고에도 꿈쩍하지 않고 "불만을 말할 권리가 없다"며 사실상 신경 끄라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미국은 중국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낮추며 중국 달래기에 들어갔다.
중국이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G2로서의 위상을 보여준 하나의 사건인 셈이다.
◇ 한국의 출구전략은 어떻게?
이 같은 G2의 패권전쟁이라는 역풍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먼저 샌드위치 신세의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려면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반도에서 미국·중국 등의 국가들을 둘러싼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 확대로 우리의 입지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동북아 정세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역사 인식으로 인해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과의 관계 회복으로 한·미·일 공조를 굳건히 해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북한을 압박하고 미국과의 관계도 탄탄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출구전략을 고민할 정도로 G2에 끼여서 눈치를 살피는 입장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동북아 정세에 관한 우리의 외교적 입지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사대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우리의 국력 등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과거와 달리 우리는 충분히 우리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위상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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