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과거에는 '어복장검'(魚腹藏劍) 고사가 있었다면 현재에는 '어복장금'(魚腹藏金)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자객 전제가 오왕을 죽이려고 생선 뱃속에 칼을 숨겼던 고사(어복장검)를 빌려 현대의 중국 부패관리들이 검은돈을 감추기 위해 커다란 생선 뱃속을 비우고서 그 안에 고액권과 귀금속을 채워 냉동실에 넣어두는 기상천외한 방식을 쓰는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다.
중국 신경보는 부패관리 수사기록을 참조, 이들이 뇌물 등으로 받은 돈을 다양한 방법으로 숨겼다고 3일 전했다. 주로 많이 쓰는 방법은 고액권으로 배게 속을 채운다거나 침대 밑에 현금을 깔아놓고 지내는 등 안방에 숨겨놓는 것이다. 안방의 장롱이나 경대 뒤에 돈뭉치를 감추는 부패관리들이 많지만, 가택수색 때 가장 집중적으로 수색당하는 곳이라서 들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방은 물론이고 화단, 화장실, 주방, 지붕 등 집안 전체를 검은돈 은닉처로 사용하는 관리들도 적지 않다. 화장실에서는 보통 화장지 쓰레기 속에 비닐 등으로 잘 포장한 돈을 숨겨놓거나 환풍기에 숨기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주방에 숨기는 경우는 생선 뱃속 등에 돈을 넣어 냉동실에 보관한다거나 굴뚝 안이나 가스통 아래 또는 천장 속에 비밀공간을 만들어 돈을 감춘다. 쌀통 속에 숨기거나 잿더미 속에 넣어두는 것은 고전적인 방식에 속한다.
화단속에 숨기는 것도 돈을 기름종이 등에 싸 땅을 파고 묻어두는 방식과 함께 화단의 나무속을 파내 그 속에 돈을 숨기거나 정원의 작은 연못 속에 묻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이 밖에 일반인들이 더럽고 냄새 난다고 피하는 장소인 재래식 화장실 안이나 쓰레기 더미 밑에 감추는 방법도 자주 동원됐다.
좀 더 진화한 방식으로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아파트나 별장을 빌려 검은돈을 보관하는 방식이다. 집이 아니라서 가택수색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사가 엄격하고 깊숙이 진행되면 들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네이멍구 후허하오터시의 전 철도국 부국장 마준페이는 작년 12월 말 빌린 집에 무려 1억3000만 위안 어치의 현금과 보석을 숨겨 놓은 사실이 적발됐었다. 이밖에 아예 외국으로 빼돌리거나 외국은행에 입금해 놓은 관리도 적지 않으며 여전히 차명으로 숨겨놓은 관리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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