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50주년 이상되는 장수기업들은 동국제강을 제외하면 여러차례 주인이 바뀐 슬픈 역사를 간직한 기업들이다. 그만큼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 숱한 고비와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는 것이다.
기아자동차(12월 11일)는 올해로 70주년을 맞는다. 기아차는 지난 70년간 바퀴가 달린 운송수단은 모두 생산하며 한국 자동차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지난 1944년 김철호 창업주가 경성정공으로 설립해 자전거를 생산을 개시했으며, 1952년 기아산업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다. 1962년 5월에는 이륜 오토바이와 삼륜 화물차를, 1974년에는 소형 승용차인 브리사를 내놨다.
1980년 12월 자동차공업합리화정책에 따르 중·소형 트럭 및 버스 전문 생산업체로 바뀌었으며, 1982년 기아차는 오너 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체제로 전환한다. ‘봉고’를 출시하며 재기에 성공한 회사는 1987년 소형 승용차 프라이드와 콩코드를 내놓으며 바람을 일으켰다. 1990년 현재의 상호로 바꿨다.
1989년 캐피탈, 1992년 세피아와 포텐샤, 1993년 스포티지, 1994년 아벨라, 1995년 크레도스 등을 출시하며 국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던 기아자동차는 1997년 경영실적 악화로 부도가 나 1998년 10월 현대자동차에 인수되며, 16년만에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기아차는 2002년 북미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SUV(스포츠형 다목적 차량) 소렌토와 고급 세단 오피러스, 프라이드를 출시하며 두각을 나타낸 뒤 ‘디자인 기아’를 표방하며 출시된 K시리즈를 통해 고급차 생산업체로 탈바꿈했다.
한국타이어 계열 축전지 제조업체 아트라스비엑스(2월 18일)도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1944년 세워진 이산(주)으로 설립된 회사는 1946년 조선전지(주)로 바꿨다가 1952년 한국전지(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1977년 11월 한국타이어에 인수된 회사는 2004년 현재의 사명으로 다시 바뀌었다. 축전지 부문에 주력하고 있는 아트라스비엑스는 이 부문 시장의 약 24%를 점유하고 있다.
제일모직(9월 15일)과 지에스글로벌(7월 31일), 동국제강(7월 7일)은 6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있다.
1954년 제일모직공업으로 출발한 회사는 수입의존도 80%인 모직을 국산화하기 위해 1955년 소모공장을 시작으로 방모, 염색, 가공 등 공장을 잇달아 준공해 생산에 나섰다. 1976년 2월 현재의 상호로 변경한 제일모직은 1970년대 패션사업 진출, 1990년대에는 케미칼 사업, 2000년대에는 전자재료 사업에 진출하며 시대에 맞춰 주력사업을 바꿔가며 진화를 거듭했으며, 지난해 패션 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이관함으로써 케미칼 및 전자재료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지에스글로벌의 전신은 1954년 국제 무역을 주력 사업으로 하던 금성산업(주)이었다. 금성산업은 쌍용그룹에 인수돼 1975년 회사 이름을 (주)쌍용으로 바꿨다. 쌍용은 그해 정부에 의해 국내 2호 종합상사로 정식 지정됐다.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채권단 관리하에 독자생존을 모색하던 쌍용은 2006년 모건스탠리 그룹 계열인 모건스탠리 프라이빗 에쿼티에 678억원에 인수됐으며, 2009년 7월 GS그룹이 다시 인수해 현재의 사명으로 바꿨다.
동국제강은 창업자 장경호 회장이 1929년 부산에서 세운 대궁양행이 모태로, 창립 이후 철강 한 분야에만 매진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철강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해방직후 작은 못을 생산하면서 철과 첫 인연을 맺은 동국제강은 1957년 압연공장을 건설했고, 1959년 국내 업계로는 최초로 와이어로드를 생산했다.
1963년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대규모 철강공장(부산), 1966년 10월 국내 업계로는 최초로 전기로 제강공장을 준공했다. 1971년 2월 국내 최초로 후판을 생산했으며, 1988년에는 국내 철강기업 중 첫 중국 직교역에 합의했다. 2005년 5월 국내 최초로 브라질 제철사업에 진출했으며, 같은 해 12월 브라질 슬래브 공장을 착공했다. 또한 내년 말이면 회사가 최초로 건설하는 브라질 고로 일관제철소가 완공된다.
50주년을 맞는 삼성정밀화학(8월 27일)과 현대오일뱅크(11월 19일)은 아픔을 간직한 회사다.
삼성정밀화학의 전신은 1964년 세워진 한국비료공업으로, 1966년 카린을 건설 자재로 꾸며 밀수를 하다 부산 세관에 발각되면서 벌어진 ‘한국비료공업 사카린 밀수 사건’의 주인공이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의 차남인 이창희 한국비료공업 상무가 구속되고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삼성그룹은 한국비료공업의 주식 51%를 국가에 헌납했다. 산업은행 지배하에 공기업 형태로운 영되던 한국비료공업은 1994년 삼성그룹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27년 만에 경영권을 찾아왔고, 그 해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대오일뱅크는 1964년 정부가 석유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국내 순수자본으로 설립된 첫 번째 기업인 극동석유공업이 모태다. 글로벌 메이저인 로열더치셸과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고 1969년 상호를 극동쉘석유로 변경한 회사는 1977년 극동석유주식회사로 상호를 바꿨다. 쉘이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합작계약이 해지되자 쉘의 지분 50%를 새로운 동반자인 현대가 매입했으며, 1988년에 상호를 다시 극동정유주식회사로 변경됐다.
1993년 지분 참여자였던 현대그룹이 극동정유를 인수해 현대정유주식회사로 재탄생한 회사는 1990년대말 IMF 외환위기 사태로 인해 그룹 경영난이 심화되자 1999년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에 지분 50%를 넘겼고, 2003년 현대중공업도 보유하고 있던 20%의 지분을 IPIC에 매각했다. 계약서상에 IPIC측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대중공업이 우선 매수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되찾기 위한 현대중공업과 더 비싼 가격에 팔려고 한 IPIC간 갈등이 불거졌고, 11년만의 법정 다툼 끝에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를 되찾았다.
한편,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는 기업으로는 삼성중공업(8월 5일)과 한화케미칼(4월 27일), 지에스네오텍(7월 2일), LS산전(7월 24일) 등이 꼽힌다.
또한 30주년을 맞는 기업으로는 SK텔레콤(3월 29일)과 현대엘리베이터(5월 23일), E1(9월 6일)이, 20주년에는 씨제이오쇼핑(12월 16일)과 지에스홈쇼핑(12월 23일), 포스메이트(4월 29일), 10주년은 STX엔진(4월 1일)이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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