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해 분담금 총액인 8695억원보다 9.2%(805억원) 정도 늘어난 규모로 우리 정부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체로 지난해 분담금에서 물가상승률 정도를 반영한 9000억원 정도를 상식적인 증액 수준으로 간주해 왔다. 이는 지난해까지 적용된 8차 SMA에서의 연도별 인상률 상한선(4%)을 적용한 수치다.
한 정부 소식통은 5일 “미국이 돈 문제로 이렇게까지 완강하게 나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방위비 분담 총액이 9000억원을 넘을 경우 국회 비준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09년 체결된 제8차 SMA에서의 증액 규모는 전년대비 185억원이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연말 서울에서 진행된 협상에서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대폭 증액은 어렵다는 점을 미측에 적극적으로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도 자국의 국방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완강하게 맞서면서 협상이 타결 목표 시한이었던 지난해를 넘겨 올해도 이어지게 됐다.
미국은 당초 협상 초기 1조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렸다. 미국은 이후 진행된 수차례 협상에서 총액 규모를 많이 낮췄지만 9500억원 이하로는 어렵다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오는 9일 서울에서 진행될 최종 협상에서도 타결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고위소식통은 “한미 양국 모두 이번에는 그냥 만나면 안 되고 생각을 많이 하고 협상에 임해야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방위비 제도 개선에는 일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비 분담금의 이월과 전용, 미(未)집행 문제와 관련, 양측은 분담금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분담금 사용방안을 협의하거나 사후에 이를 검증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부정적 입장으로 우리 정부가 처음 목표했던 현재의 총액형(협상으로 정한 총액을 매년 지급하는 방식)을 소요형(사용한 금액만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방위비 분담금 제도를 완전히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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