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공정위에 '통행세'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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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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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하·전운 기자 = 삼양식품이 대형마트와 거래하면서 중간에 계열사를 끼워 넣어 부당 이윤을 챙기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는 내츄럴삼양을 끼워넣는 등 이른바 '통행세' 관행을 일삼아 온 삼양식품에 대해 26억2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아직 공정위의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본 후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내츄럴삼양은 라면스프 등 천연 및 혼합조제 조미료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로 관련 시장에서 9.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삼양식품은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마트에 라면류 등을 납품하면서 삼양식품그룹 총수 전인장 등 친족 지분 90.1%를 보유하고 있는 내츄럴삼양을 중간에 끼워 넣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내츄럴삼양은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 없이 매출액의 3.4~4.8%(NB제품) 및 11%(PB제품)를 중간 '통행세'로 수취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라면 제조업체들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과 직거래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지난 5년 동안 내츄럴삼양을 중간 단계에 끼워 넣어 70억2200만원을 챙겼다. 부당한 지원성 거래 규모 1612억8900만원이다.

이뿐만 아니다.

할인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단가할인 형태)도 정상가 보다 높게 책정해 차액을 부당 수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양식품이 내츄럴삼양에 타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보다 높은 11.0%의 판매수수료를 지급한 것.

하지만 내츄럴삼양은 거래처인 이마트에 6.2~7.6%의 판매장려금만 다시 지급해 차액인 3.4~4.8% 상당의 금액을 통행세로 챙겼다.

특히 삼양식품은 내츄럴삼양에게 판매 장려금 지급이 필요 없는 PB제품(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제휴해 독자 개발한 유통업체 브랜드)에도 이윤을 챙기도록 도왔다.

내츄럴삼양은 삼양식품 총수일가가 지분 90.1%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이 각각 21%, 42.2%를 보유하고 있다. 아들 병우 씨는 100% 지분을 보유한 비글스가 26.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내츄럴삼양은 삼양식품그룹 총수 전인장 회장의 삼양식품 그룹 내 계열회사를 지배하기 위한 중요한 매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김재중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내츄럴삼양은 1993년 전에는 자산총액 170억원의 적자상태의 기업에서 삼양식품의 지속적인 지원에 힘입어 2012년 자산총액 1228억원에 달하는 삼양식품 그룹 지배회사 위치에 올랐다"며 "총수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에 대해 통행세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행위를 첫 제재한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삼양식품 관계자는 "오너경영자가 비상장사의 지분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데 수익이 이들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공정위의 공식 통보를 받은 후에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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