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권하는 판사 논란…“위로의 뜻” VS “판결 신뢰 저하”

아주경제 한병규 기자=형사사건 1심 판사가 실형을 선고하며 피고인에게 잇따라 항소를 권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A판사는 지난달 31일 전화금융사기를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1)씨 등 피고인 4명에게 판결을 선고한 뒤 “네 분 다 항소해서 더 좋은 결과를 받도록 해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2011~2012년 전화금융 사기조직을 만들어 전국 2900여명에게서 4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징역 6년형 등을 선고받았다.

A판사는 다음 차례에서도 피고인 정모(53·여)씨에게 징역 1년10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피고인도 항소해 다시 판결을 받아보세요”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A판사의 ‘항소 권유’에 다른 판사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관계자는 “1심 판사들이 종종 피고인을 위로하는 취지로 항소를 권하기도 한다. 큰 의미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라고 A판사와 시각을 같이 했다.

하지만 한 항소심 부장판사는 “인간적으로 딱한 마음이 든다면 항소를 하라고 권유할 게 아니라 더 철저한 사실 심리를 통해 최선의 판결을 도출하는 것이 옳다”며 “항소 권유는 1심 재판장으로서의 책임 방기이고, 그런 취지의 말은 판결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또 ‘1심 집중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발표한 ‘사법발전계획’에서 법원행정처는 2012년 발표한 ‘사법발전계획’에서 1심과 항소심의 중복 심리와 사건 관계인의 반복 출석으로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1심 집중을 목표로 정했다.

이에 대해 A판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위로의 말이었을 뿐, 선고한 판결에 자신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