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쇼핑축제 '코리아 그랜드세일'이 시작됐지만 명동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원엔 환율이 세 자릿수까지 떨어진데다 독도문제로 인한 일본내 반한감정이 고조되면서 일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명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반 이상 줄었다. 이들이 주로 찾던 뷰티ㆍ패션거리에는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가 실종된지 오래다. 원엔 환율(100엔)은 2011년 1600원선에서 최근 900원대로 약 34% 떨어졌다. 6일 오전에는 1000원선으로 다소 회복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던 중소규모 화장품 업체와 이 지역 상권 사이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중국 및 홍콩,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들로 버티고 있지만 명동 일대의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감한하면 더 이상의 매출 적자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기 시작해 지금은 일본인이 전체 외국인 고객 비중에 10%도 안된다"며 "중국과 인도 등 다른 지역의 관광객이 늘어 전체 매출은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 전체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로드숍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매장 직원은 "세일폭을 70%이상으로 확대해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20∼30%가 줄었다"며 "엔저로 일본 고객의 객단가가 크게 줄어 소포장, 단품 위주로 품목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유타카(50)씨는 "36만원 상당의 마스크팩 세트를 사면 하나 더 준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못샀다"며 "대신 10만원대 마스크팩을 사고 덤으로 5만원짜리 사은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근 마시지숍과 의류 매장 상인들도 울상이다.
마사지숍을 운영하는 김지미(47)씨는 "4만원짜리 코스를 2만원에 제공해도 고객이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4년째 의류매장을 했다는 김영모(45)씨는 "이번주부터 가게를 정리하려고 폐업떨이 세일을 시작했다"며 "메인거리에 있는 브랜드숍들은 그나마 손님이 있지만 우리같이 구석에 자리 잡은 보세의류매장은 아예 자릿세 내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명동을 관광의 메카로 만든 뷰티 로드숍들이 수년간 별다른 콘텐츠 개발 없이 저렴한 가격과 스타마케팅에만 의존해왔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잦은 세일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가격 신뢰도가 붕괴된데다 최근 몇 년간 별다른 히트 아이템이 없이 현실에 안주했던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인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좋아한다"며 "내국인에게 외면받는 브랜드가 어떻게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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