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큐레이터협회는 해고된 큐레이터들과의 재계약, 파행인사 중단 및 미술관 운영 정상화, 대구시의 감사를 요구했다.
한편, 대구 수성구 삼덕동에 2011년 5월 개관한 대구미술관은 미술품 26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막한 야요이 쿠사마전에 33만명이 다녀가는등 화제가 됐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대구미술관은 큐레이터 파행인사를 중단하라
대구광역시가 2012년 4월 9일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을 임용한 지 1년 9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1년 9개월)동안 대구미술관 큐레이터 4인이 계약만료를 통보받고 해고되었다. 평균 5개월마다 한 번 큐레이터를 해고한 셈이다. 한국큐레이터협회는 공사립 미술관을 비롯하여 한국의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 큐레이터들의 단체로서 대구미술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큐레이터 연쇄 해임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구미술관에서 김선희 관장의 취임 이후 이뤄진 전임계약직 큐레이터 해임 건은 다음과 같다.
o 2012년 9월 : 전임계약 나급 큐레이터 1인(2년 근무) 계약만료
o 2013년 8월 : 전임계약 다급 큐레이터 1인(8년 근무) 계약만료
o 2013년 12월 : 전임계약 가급 큐레이터 1인(2년 근무) 계약만료
o 2014년 1월 : 전임계약 나급 큐레이터 1인(3년 근무) 계약만료
개관이전부터 밤낮없이 성실히 근무하면서 대구미술관의 운영기조를 만들어온 4인의 큐레이터들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들의 일터로부터 쫓겨나야 했다. 이들 가운데는 대구미술관의 개관준비 팀에서 5년간 전임계약직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5년의 임기 후에 다시 채용절차를 거쳐 3년간 일해 온 8년차 큐레이터도 있다. 다른 큐레이터들도 팀장과 학예연구실장으로 일하며 개관 초기부터 팀워크를 다져온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의 주역들이다.
전문계약직의 경우 재임기간 중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계약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상례이다. 이들 4인의 경우 계약기간 중 어떤 징계나 귀책사유 없이 업무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미술관과 대구시는 이들에게 재계약 불가사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하고 말았다. 전문계약직 공무원 조례에 따르면, 당사자는 근무평가에 관련하여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지난 연말에 계약만료 통지를 받은 한 큐레이터가 자신의 근무평가 서류를 보여줄 것을 대구미술관과 대구광역시에 요청하였으나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받지 못했으며, 그 이전에 미술관을 떠난 큐레이터도 계약만료 통지의 이유를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큐레이터는 조사연구와 소장품의 수집, 보존, 전시, 교육 등의 학예연구 업무를 수행하는 미술관의 핵심 인력이다. 대구미술관은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해야할 큐레이터직 전문인력들을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연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이런 일은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그 어느 공립미술관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라 대구시립미술관은 학예연구직으로 입사한 학예연구사 1인을 행정지원과로 인사 발령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학예연구실로 복귀 발령했으며, 이와 동시에 학예연구실 소속 학예연구사 2인을 다시 행정지원과로 인사 발령하고, 다시 4개월 뒤 행정지원과에서 학예연구실로 전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불과 1년 이내에 인사조치를 번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인사발령이 파행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학예연구실의 업무 연속성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원칙과 기준 없는 인사행정인 동시에 인사를 도구로 학예연구사들을 길들이려는 행위이다. 미술관 직원들을 관장의 경륜과 사랑으로 이끌어주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인사권을 무기로 부하직원을 장악하려는 구태의연하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미술관은 디렉터십과 큐레이터십의 조화와 균형을 통하여 공공기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디렉터는 미술관 운영의 합리성을 가져야 하며, 큐레이터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예연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한국큐레이터협회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권 남용을 반복하고 있는 대구미술관의 작금의 사태를 파행으로 규정하고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대구미술관은 미술관 운영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세우기 위하여 큐레이터 파행인사를 중단하고 미술관의 운영의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라
대구미술관은 인의 큐레이터들의 근무평가 결과를 포함하여 계약만료를 통지한 이유를 당사자와 본 협회에 공개하라
대구광역시는 시 산하 기관인 대구미술관의 파행인사에 관해 시 감사실의 감사를 통해 이들을 전원 재계약하고 파행인사에 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
본 협회는 계약만료 후 특별한 귀책사유나 이유 없이 계약 연장되지 못한 채 해고당한 당사자들과 함께 요구사항이 관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행동할 것이며, 이들의 전원 재계약을 위해 중앙정부의 감사청구 및 국가인권위원회, 노동위원회 등을 통해 간단없이 문제를 제기할 것을 분명하게 밝혀두는 바이다.
2014년 1월 6일 한국큐레이터협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