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다음달 초부터 주택임대관리업이 본격 도입되면서 그 효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전월세난 해소에 한몫 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민간임대시장의 양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월세 수입 소득신고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세제혜택 등 확실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소득이 드러나게 되는 주택임대관리업체에 집을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임대관리업 도입, 신규 수요 끌어들일까
9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달 7일부터 주택법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주택임대관리업이 도입된다.
주택임대관리업이란 주택임대관리업체가 집주인을 대신해 전·월세 임차인과 임대주택을 유지·관리하고 임대료를 징수하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 거래 중개는 역할에서 제외됐다. 부동산중개업자의 업무 영역을 침해한다는 논란 때문이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직접 계약 형태로 운영돼온 우리나라 전·월세 시장에는 낯설지만 가까운 일본만 해도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이 활성화돼 있다.
집주인 입장에선 골치 아픈 임대료 징수나 전·월세 주택의 개보수 같은 일에서 해방된다는 장점이 있다.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관리업체에 주면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특히 이 제도가 시중의 여유자금을 전·월세 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집을 여러 채 사서 시중금리보다 좀 더 높은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개인이나 연기금 등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월세 주택의 공급이 늘면 전·월세난에도 얼마쯤 숨통을 틔워줄 수 있으리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KT의 자회사인 KD리빙, 신영에셋, 우리관리 등 5~6개 주요 업체가 주택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등록 요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중에서도 임대관리업을 겸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임대관리업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임대주택의 공실이나 임대료 체납이 발생할 때의 위험을 집주인과 임대관리업자 중 누가 떠안느냐에 따른 것이다.
관리업자가 집주인에 약정된 수익을 주기로 하고 공실, 체납의 위험을 떠안는 자기관리형과 임대료를 징수해 일정한 비율의 수수료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집주인에게 주는 위탁관리형이다.
자기관리형은 공실, 체납에 따른 위험이 있는 만큼 약정된 수익을 주지 못할 경우 이를 대신 지급하는 보증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대한주택보증이 관련상품을 개발 중이다.
◆민간임대시장 양성화 우선, 세제혜택 확실해야
주택임대관리업이 활성화되려면 우선 민간임대시장이 양성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민간임대시장은 세무당국에서도 세입자의 거주 유무 정도만 전산으로 파악 가능할 뿐 실제 임대 수익이 얼마인지는 전수조사를 하지않는 한 알기 힘들어 그동안 '조세 사각지대'에 속했다.
진범식 세무사는 "매년 집주인에게 임대소득을 신고하도록 안내장이 발송되긴 하지만 자진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국민정서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면 주택임대사업이 제도권으로 편입해 정책을 통한 임대시장 안정화가 상대적으로 쉬워지고 임대업자들의 조세회피도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대관리업체 라이프테크 박승국 대표는 "현재 주택임대시장에서 소득을 신고하는 '제도권' 주택은 4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임대소득이 드러나는 것을 기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표적인 지하경제로 꼽히는 월세소득에 대해서는 과도한 조세 집행보다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집주인들이 제도권 임대시장으로 나오도록 유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승국 대표는 "정부가 내년부터 주택임대관리 관련법을 시행하는데 제대로 된 인센티브가 없어 집주인들이 굳이 세금을 내면서까지 양지로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임대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을 통해 현재 비제도권 임대업자들이 상당수 제도권에 편입된다면 오히려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임대관리업체에 세제 감면 혜택을 줄 방침이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바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제 혜택을 줄 경우 이에 따른 세수 감소분이나 보전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하는데 아직은 실제 도입되지 않아 이를 파악할 수 없다"며 "앞으로 업태의 추이를 지켜본 뒤 세제 혜택을 마련해 임대관리업이 활성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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