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가계부채 규모가 1000조원을 돌파하자, 박근혜 정부가 고액 세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 서민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 등을 담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출 관련 대책 뿐 아니라 고용 창출 및 소득 향상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단순한 '빚 대책'만으로는 빛을 보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고액 세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대책을 이달 말 내놓는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뿐 아니라 전세 수요를 매매로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앞으로 전세 보증금 6억원 이상 전세 주택의 경우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서 발급이 전면 중단된다. 만기 상환이 가능한 중기 적격대출도 출시된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구조를 중장기로 분산해 가계대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주택금융공사는 '금리제시형 적격대출'을 출시할 계획이다.
상호금융에 대한 대출 규제에도 나선다. 5억원 이상 토지담보대출의 경우 외부감정평가를 받도록 해 담보 가치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과대 대출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상호금융의 비조합원 대출 한도도 축소되며, 상호금융과 카드론 등 취약 부문의 잠재 위험도 면밀히 점검한다.
무주택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대출 형태를 단기에서 중장기로,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각각 바꾸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통합형 정책 모기지론인 '내집 마련 디딤돌 대출'을 연내 본격화 할 방침이다.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주택바우처 제도 시범사업 대상도 97만 가구로 늘린다. 이와 함께 행복기금과 금융권 자체 채무조정도 더욱 활성화 할 방침이다.
그렇지만 대책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빚을 줄이기 위해선 대출 대책이 아니라 서민들의 소득 향상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진단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체적인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자산을 처분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고소득층에게 부채의 증가는 자산의 증가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자산을 처분해서라도 빚을 줄이는 '디레버리징'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디레버리징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근로사업을 늘려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은퇴 후 재취업 기회를 확대해 자영업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 역시 자영업자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위주의 대책들만 쏟아지고 있는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자영업자들의 부채"라며 "은퇴 후 자영업에 의존하는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고, 임금 근로를 계속할 수 있는 고용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최근 주택대출이 아니라 생계형대출이 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원론적인 얘기같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소득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빚 탕감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더 많은 서민들에게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향후 주택 가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세 수요를 매매로 유도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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