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엔저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계류, 철강 등의 수출 부진에는 엔저의 영향이 어느 정도 파급된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양국의 수출단가를 비교한 결과, 한국산 기계류는 일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15% 단가가 더 비싸졌고 자동차는 8%, 철강은 5% 가량 한국산의 단가 경쟁력이 약화됐다.
또 원ㆍ엔 환율이 1% 떨어질 때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물량은 0.26% 줄고 철강은 0.27%, 기계류는 0.16%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보고서는 2012년 9월 이후 진행되는 엔화 약세를 비롯해 1995년 이후 3차례에 걸친 엔저 시기에도 전체 수출물량은 증가하는 등 "엔저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한은은 글로벌 경기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한국 제품의 비가격 경쟁력 향상, 해외생산 확대 등 양국간 수출 경쟁구도가 변화한 것을 꼽았다.
보고서는 "엔저가 한국의 수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지난해까지는 제한적이었지만 엔화 약세 기조가 더욱 심화되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이 그간 쌓은 수익을 바탕으로 단가 인하에 나서거나 신제품 출시 등 새로운 전략을 본격화하면 앞서 언급한 3개 업종은 특히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 회의 후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엔저의 영향은 미시적으로 취약산업의 문제점을 처리해주는 게 좋다"면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면 중앙은행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걸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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