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류제이 유엔 대사가 지난 8일 유엔본부에서 가진 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본 아베 총리 신사참배 이후의 국제질서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신화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를 둘러싼 중일 간 갈등이 외교무대에서의 여론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12일 중국 징화스바오(京華時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후 현재까지 최소 32명의 해외주재 중국대사가 문장 기고, 인터뷰, 주요 매체 책임자와의 면담, 전문 좌담회, 기자회견, 공개장소에서의 입장 발표 등을 통해 대일 비난 입장을 40여 차례나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일본주재 청융화(程永華) 대사는 지난달 30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부전의 맹세...번지를 잘못 찾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일본 아베 정부의 그릇된 언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미국주재 추이톈카이(崔天凱), 영국주재 류샤오밍(劉曉明) 대사가 대일 비난 공격에 가세하더니 지난 10일에는 미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에콰도르, 몰도바, 루마니아, 캄보디아에 주재하고 있는 7명의 중국 대사가 아베 총리를 비난하는 글을 동시에 기고했다.
아울러 이들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지 등 영향력 있는 세계 언론 매체에 글을 기고함으로써 세계인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영국 주재 중국 대사인 류샤오밍(劉曉明) 대사는 일본을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왕 ‘볼드모트’에 비유하는 글을 실어 세계인의 큰 이목을 끌었다. 이후 BBC의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한 류사오밍 대사는 칸막이 인터뷰를 통해 "역사 배우기를 실패한 자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 그것을 되풀이할 뿐이다"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명언을 인용하며 함께 출연한 하야시 게이이치(林景一) 일본 대사에게 언변 공세를 퍼부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 대사 역시 8일 유엔본부에서 가진 외신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일본을 대단히 위험한 길로 끌고 가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대일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해외주재 중국대사를 지낸 바 있는 천밍밍(陳明明)은 이에 대해 "중국이 양자 간의 민감한 문제와 관련해 이번처럼 집중적이고 전투적 입장을 발표한 것은 드문 일이다. 전례가 없었던 현상 같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의 거센 외교적 비난 공세에 일본 역시 각국 주재 대사들의 언론 인터뷰나 정부 주요인사들의 순방기회를 통해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어 중·일간의 첨예한 대립 구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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