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갈 곳을 정하기 위해 인사권자를 대상으로 청탁이 만연해지는 등 혼탁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부세종청사 모 부처에서는 산하기관 자리를 물색하는 청탁이 극에 달하면서 차관이 직접 회의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1급 공무원 사이에서 생존에 대한 긴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처세술에 대한 유형도 다양하다. 지금처럼 산하기관 자리도 여유가 없는 시점에 현직을 사수하지 못하면 향후 경쟁구도에서도 밀린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한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부르거나 특별히 업무가 시달되지 않는 이상 일을 벌이지 않는 편이 좋다"며 "이번 인사 시즌에는 조용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가급적 외부와 접촉을 줄이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귀띔했다.
은둔형과 달리 자신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홍보형'도 눈에 띈다. 이들은 오히려 성과를 겉으로 드러내며 핵심 직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 부처 B 실장은 지난해 벌인 사업이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사업 평가를 이번 인사 때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 공식 석상에서 사업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자신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1급 공무원들이 인사로 인해 신경이 상당히 예민해지면서 국·과장들은 상사 눈치 보는 데 급급하다. 모 부처 A 실장은 국·과장급 소집이 잦아졌다. 인사 전까지 사업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전방위로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다음달 내놓을 각 부처 경제정책 방향이 대표적 타깃이다. 여기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못할 경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1급 고위직이 올해 들어 국·과장을 자주 소집하는 이유다.
정부 한 국장급 관계자는 "요즘 실장들이 회의를 자주 소집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직원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년 인사 시즌과 달리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급자 눈치까지 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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