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는 내 입맛에 딱"이라는 파비앙은 침대는 불편하다며 온돌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건강을 위해 배즙을 짜먹었다. 공인 4단의 태권도 실력을 갖춘 것은 기본, 대중목욕탕에서 때밀이를 즐기는 프랑스인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잠시뿐인듯했다.
그리고 3일 후 1월6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파비앙의 이름이 상위에 링크됐다. '임수정 사건' 때문에 격투기를 시작했다는 윤형빈을 응원한 사연이 공개되면서 일본을 향해 날카로운 비난을 날린 사실도 뒤늦게 화제가 됐다.
지난 9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파비앙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프랑스인이었다. 처음, 한국을 알게 된 계기는 태권도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약한 몸을 걱정한 부모님이 근처에 있던 태권도 학원을 보냈다. "태권도를 시작한 지는 20년이 넘었다. 건강을 생각해서 시작하게 된 태권도는 어느새 한국이라는 나라를 궁금하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책도 많이 읽어보았느냐는 질문에 파비앙은 "웹툰을 많이 본다"며 김풍의 '찌질의 역사'를 추천했다. "김풍과는 친하다. 하지만 친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정말로 재미있다. '마음의 소리'도 자주 읽는다"면서 꽤 다양한 웹툰을 소개했다.
20년 넘게 프랑스에서 살아온 그였기에 긴 시간 동안 가족, 친구와 떨어져서 지내는 삶은 힘들었다. 전화를 자주 한다고 해도 외로움은 참기 힘들었을 터. "프랑스 친구들도 자주 오고 가족들도 여러 번 한국에 왔다"면서도 "외국이 있으면 한국이 그립다"고 말했다.
"외국에 가면 한식 생각이 그렇게 많이 나요. 한국 생활도 못 하니까 돌아가고 싶고, 한국을 못 떠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프랑스를 떠난 지 4년 만에 가족들을 만나러 갔는데 한국이 너무 그립더라고요. 원래 10일만 있을 계획이었는데 비자 문제로 한 달 동안 '갇혀'있었어요.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데 못 가니까 답답했어요. 시차 때문에 한국친구들과 새벽에 전화하면서 울 정도였죠."
파비앙은 문화사절단이나 다름 없었다. 프랑스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찜질방을 소개해주고 맛집도 찾아 다닌다. "프랑스에는 길거리 음식이나 포장마차가 없어서 떡볶이를 먹는 것도 신기해해요. 주로 외국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소개해 주는데 삼겹살에 소주는 정말 최고죠. 상추를 펴서 김치, 삼겹살, 구운 마늘을 올려 싸 먹으라고 하면 엄지 손가락을 들어요. 친구들이 기뻐하면 제 6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고요."
파비앙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샘 해밍턴이 떠올랐다. 호주 출신 방송인이지만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호감가는 외국인으로 샘 해밍턴과 비슷하다고 말하자 파비앙은 "외모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라고 장난스럽게 대꾸한다.
"샘 해밍턴도 한국에 오래 생활하다 보니 한국어도 잘 하고 문화도 잘 알더라고요. 샘 해밍턴의 말과 행동이 공감도 되고요. 아직 본 적은 없지만 꼭 한번 만나고 싶어요."
처음 모델로 활동했던 그였지만 연기에 대한 욕심도 남다르다. "액션과 로맨스 등 얼른 연기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비중 있는 역할이라면 더 좋겠죠. 재미있게 잘 살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제 2014년 목표입니다."
파비앙은 정초부터 대중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으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모델과 연기 활동을 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다진 파비앙. 2014년, 브라운관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기다려진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