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 PC 시장에서도 애플을 넘어서며 1위에 오를 경우 실적 부진에 신음하고 있는 삼성그룹 내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4'에서 태블릿 신제품 4종을 선보였다. 12.2인치 갤럭시 노트 프로와 12.2·10.1·8.4인치 갤럭시 탭 3종 등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난다 라마찬드 상무는 신제품을 소개하며 "올해는 태블릿의 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도 지난해 11월 열린 '애널리스트 데이' 행사에서 "스마트폰 세계 1위 자리를 굳히고 태블릿 시장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태블릿 시장에서 20.2%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애플(27.1%)과의 격차를 좁혀 나가고 있다. 3위인 대만 에이수스의 점유율이 6.8%에 불과해 사실상 글로벌 태블릿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태블릿 판매량은 지난 2010년 150만대에서 2011년 580만대, 2012년 1660만대, 2013년 4000만대(추정치)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아직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애플에 밀리는 감이 있지만 이를 제품 라인업의 다변화로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크기의 태블릿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태블릿 시장 1위에 오를 경우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내 다른 전자 계열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실적에 따라 한 해 농사의 결과가 달라질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과 관련된 매출 비중은 4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TV와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먹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태블릿 시장 석권이 더욱 절실하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2조1182억원, 영업이익은 16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와 11% 감소했다. 4분기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시리즈 등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 판매가 주춤하면서 카메라 모듈과 MLCC, HDI 등 스마트폰용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삼성전기의 실적도 동반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도 전체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형전지 사업의 매출이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역시 스마트폰 시장 정체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의 한 전자 계열사 관계자는 "태블릿이 기존에 없던 시장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선전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경우 분명히 실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태블릿에 사용되는 부품들이 스마트폰용 부품과 큰 차이가 없어 공정 전환에 따른 부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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