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사’ 고아라 “저 서울 깍쟁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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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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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고수했던 긴 머리를 과감하게 자른 여배우, 망가진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결정이었지만 배우 고아라는 ‘예쁜 모습’을 내려놓으면서 비약했다. 지난해 12월 종영된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는 그에게 영광스러운 필모그래피로 자리했다.

지난 3일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고아라는 작은 얼굴에 큰 눈망울, 인형 같은 외모는 익히 알던 이미지였지만 털털하게 웃거나 화사하게 웃는 모습은 케이블채널 Mnet ‘응답하라 1994’ 속 성나정과 흡사해 보였다.

“작품마다 노력해 와서 특히 ‘응답하라 1994’에서 힘을 주자고 한 건 아니었어요. 전편 ‘응답하라 1997’를 정말 재미있게 봤고 또 대본을 보고 나서 의심 없이 바로 선택하게 됐어요. 나정이를 위해 촬영 전 몸무게를 5kg 늘렸거든요. 두렵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머리도 제가 자르자고 제안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 속 나정이는 엄청나게 개구쟁이였거든요. 오빠들 사이에서 억척스럽게 지지 않는 보이쉬한 친구랄까요?”

고아라는 농구선수 이상민의 빠순이이자 부산사투리를 걸걸하게 하는 여주인공 성나정으로 열연했다. 1990년생 그에게 농구대잔치는 매우 생소한 일일 것.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떡거렸다.

 

고아라 [사진=남궁진웅 기자]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제 초등학교 시절은 ‘응답하라 1997’이었거든요. 아이돌 오빠들에게 열광했던 시절은 기억나도 농구대잔치는 정말 생소했어요. 그런데 작가분이나 PD님은 그 시절 흥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술술 나오실 정도로 추억하고 계시더라고요. 촬영 전부터 마지막까지 작가님과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또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보거나 ‘마지막 승부’ 등 드라마를 보면서 공부를 하기도 했고요. 얼마나 공부를 했던지 90년대 인구 분포도까지 찾아보게 되더라고요.(웃음) 그 시대의 정서를 담으려 한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상민 오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는 나정이가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응답하라 1994’를 시대극이라 표현하는 고아라를 보며 당시가 얼마나 거리감이 있는 시절인지를 새삼 느꼈다.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1994년도는 문화의 전성기였으며 IMF를 겪은 아픔이 공존하는 시간이에요. 다이내믹하면서도 느리고 슬프다고 해야 할까요. 삐삐를 실제로 썼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래도 뭔가 재미있는 시절이라고 생각됩니다.”

멀지만 가깝게 그는 성나정으로 1994년을 살면서 대중들의 마음에 향수를 불어넣었다. 당시의 향수가 없던 사람이라도 나정이가 겪는 고민과 공감하면서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심장을 쫄깃하게 했던 삼각관계이지 않을까. 남편은 결국 쓰레기로 밝혀졌지만 버려진(?) 칠봉이(유연석)에 대한 동정심이 나정이에게 매서운 눈초리로 돌아갔다.

“조금 억울해요.(웃음) 드라마 흐름상 쓰레기 라인에서 비춰줬던 모습, 칠봉이 측에서 생각한 모습만 비춰질 수밖에 없었거든요. 제 입장에서 본다면 남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으니까 피할 수밖에 없었어요. ‘만약 본인이 성나정이라면 누구를 선택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건 너무 어려워요.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첫 사랑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나정이가 칠봉이를 이해한거고요. 쓰레기 오빠를 좋아했던 것처럼 칠봉이가 나를 좋아했을 거라는 생각에 그를 이해한 행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도할 줄 알았는데 솔직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이 소탈하기만 하다. “오해를 샀을 것 같다”는 질문에 “소와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제 이미지가 차도녀로 과하게 고착될 줄은 몰랐다”고 웃어 보였다. 이런 이미지의 그를 신원호PD는 무슨 연유로 캐스팅하게 됐을까. 그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감독님이 ‘반올림’ 시절 저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봐주셨어요. 당시 KBS에 있었는데 제가 누구에게 나 다 인사를 하고 다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고 제 실제 성격에 대해 궁금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만났을 때 소탈함이 나정이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저를 캐스팅하셨다고 하셨고요. 나정이를 통해 대중들이 저를 편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 왠지 마음이 놓여요. 저 그렇게 서울 깍쟁이 아니거든요~.”

 

고아라 [사진=남궁진웅 기자]


‘응답하라 1994’는 흥행을 비롯해 연예인이 아닌 연기자의 타이틀을 가져다 준 작품이기에 더욱 특별한 작품이지 않을까. 종영의 소감을 묻자 바로 눈시울을 붉히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촬영 막바지에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밤을 새웠었는데 종영 날짜가 다가올수록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다시 이렇게 뭉치기 어렵다는 생각에 모두 가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원래 눈물이 없는 삼천포(김성균) 오빠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정말 정이 많이 들었어요. 다들 바쁘지만 않으면 매일 밥 먹으면서 얼굴 봤을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 분위기가 어찌나 좋았던지 NG 내는 사람이 밥, 2번 내면 커피 등 우리끼리 내기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손호준 오빠가 제일 많이 걸려서 7차까지 쏴야합니다. 반드시 봐야 하는 이유도 있어요.”

어느 누군가는 ‘응답하라 1994’를 보며 1994년 어느 그때를 회상하며 추억에 머물 듯이 고아라에게 2013년은 언제 꺼내도 좋을 멋진 기억이 될 것이다. 그 역시 “나에게는 큰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 2013년을 예쁘게 마무리했듯이 다음 작품을 고심하고 있는 그에게 2014년 역시 그의 작품을 기대하는 대중들에게 뜻깊게 응답하는 한 해 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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