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금융지주사들이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소속 단체에 고객들의 돈을 퍼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까지 동원한 금융지주사들의 기부는 사외이사를 거수기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14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사외이사 소속 비영리법인에 전달한 기부금은 총 4500만원이었다.
전체 기부액이 가장 많은 곳은 KB금융으로 지난해 6월 계열사 국민은행이 이종천 사외이사가 과거 회장직을 맡았던 한국회계학회에 2000만원을 지원했다.
우리금융은 5월 채희율 사외이사가 소속된 한국국제금융학회와 한국국경제학회에 각각 우리은행이 500만원, 우리금융이 1000만원 등 총 1500만원을 전달했다.
하나금융도 9월 사외이사가 교수로 재직 중인 한양대에 하나은행을 비롯한 12개 관계사가 1000만원을 기부했다.
단, 기부금은 해당 사외이사가 소속된 경영대학이 아닌 경제금융대학 유관 학회인 세계계량경제학회 지원에 사용됐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 2010~2012년 서울대와 신용정보협회, 광운학원 등에 총 5억700만원을 지원했지만, 지난해에는 기부 내역이 없었다.
이들 금융지주사는 순이익이 최대 70% 가까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사외이사 체면 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1~3분기(1~9월)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4조133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7조2657억원에 비해 3조1327억원(43%) 감소했다.
지주사별 당기순이익 감소액은 우리금융 1조1484억원(68.63%), 하나금융 9049억원(49.48%), KB금융 6203억원(38.17%), 신한금융 4591억원(21.47%) 순이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은 금융지주사들의 이 같은 행태가 사외이사들을 거수기로 전락시킨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들은 해당 지원액이 순수한 기부금이라는 점을 들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학회에 대한 기부금은 사외이사 개인이 아니라 학문 발전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 역시 “큰 틀에서 보면 대학이나 학회에 대한 지원도 사회공헌 중 하나”라며 “수익을 사회와 나누기 위해 기부를 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