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남자가 사랑할 때> 황정민, 이 남자는 ‘티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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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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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감독 한동욱·제작 사나이픽처스)는 진한 사랑 얘기다. 주연배우 황정민의 말마따나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영화계에서 찾기 힘들었던 멜로 영화다. 시장에서 ‘일수’를 놓던 사채업체 부장 태일(황정민)이 ‘고객’인 호정(한혜진)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 영일(곽도원)을 절대로 “형”이라고 부르지 않고, 칠순이 다된 아버지(남일우)에게 막말을 하지만 태일은 가족을 아낀다. 아버지에게 잘하는 동갑내기 형수 미영(김혜은)에게 고맙고, 가족 중 드러내놓고 자신을 반겨주는 조카 송지(강민아)에게는 무엇이든 사주고 싶다.

작은 동네 수협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미모와 아픈 아버지 병수발도 마다하지 않는 효심의 호정에게, 거칠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가간다.

돈이 필요한 호정에게 돈을 미끼로 어설프게 교제신청을 하지만 쉽지는 않다. 그러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면 백 번이라도 찍을 것’같은 태일의 노력에 호정은 조금씩 마음을 연다.
 

[사진=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스틸컷]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생각나면 그게 사랑이라는 태일과, 그런 남자의 진심을 느낀 호정은 ‘방귀’까지 트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음지에서 밝은 곳으로 태일을 이끌고 싶은 호정은 태일이 가장 좋아하는 치킨집을 내자고 제안한다. 태일도 같은 마음이다. 깨끗하게 손을 씻고 새 출발을 하려고 마음먹은 태일은 친구이자 대부업 사장 두철(정만식)이 제안한 ‘마지막 큰 건’에 발을 들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상가 계약을 위해 모아둔 3000만원을 두철의 계획에 태우지만 뒤통수를 맞고 만다.
 

[사진=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스틸컷]

호정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서툴러 표현하지 못하는 태일은 술집에서 해병대원들을 폭행하고 감옥에 들어가지만 모범수로 출소한다. 위태롭게 삶을 유지하던 태일은 호정에게 빚을 갚고 싶어 한다.

사실 영화의 소재는 진부하다. 제멋대로 살던 한 남자가 사실은 알고 보면 따뜻한 남자였고, 예쁘고 착한 여자를 만나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은 TV 드라마부터 각종 소설과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소재이다.

그러나 그런 진부함을 진부하지 않게 하는 것이 배우들의 연기이다. 특히 황정민은 ‘태일’ 그 자체다. 발목 부분을 좁게 줄인 기지바지와 화려한 문양이 들어간 셔츠, 신발주머니를 연상시키는 일수꾼들의 전유물인 손가방은 원래 황정민의 것이었던 기분이 들게 한다. 가슴 절절한 황정민의 연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스크린 속 그가 울 때면 관객들도 함께 울었다.
 

[사진=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스틸컷]

사랑하지만 그녀의 행복을 위해 떠나야했던 태일과 그의 깊은 속마음을 알게 된 호정이 재회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황정민은 마치 애처럼, 그냥 울었다. 자신을 꼼꼼 숨겨둔 채 떠나려 했지만 호정이 사실을 알아주자 복받쳐 오른 ‘미안함’과 ‘기쁨’ ‘서운함’이 뒤엉킨 눈물이었다. 황정민은 일부러 멋있게 울지 않았으리라.

황정민 뿐 아니라 한혜진과 곽도원, 정만식, 김혜은, 남일우, 그리고 신예 강민아까지, 배우들이 보여준 자연스러운 연기의 힘은 대단했다.

이제는 유부녀인 한혜진의 과하지 않은 차분한 연기와 언제 어디서 어떤 역할에도 변함없는 그 캐릭터에 푹 빠지는 곽도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김혜은, 사실은 귀여운 남자지만 연기할 때는 카리스마 폭발인 정만식, 대사가 아닌 모습에서 설득력을 가진 원로 남일우, 황정민의 앞이라고 기죽지 않고 빛을 발한 강민아, 이들이 보여준 연기호흡은 완벽했다. 카메오로 깜짝 출연한 박성웅은 보너스. 황정민과 <신세계>의 명대사 “드루와”를 주고 받는 장면은 감독의 센스를 알 수 있게 했다.

극의 중심에 서서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황정민의 연기의 향기는 진하다.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고 황정민의 연기만 보러가도 아깝지 않다. 황정민은 ‘티오피’같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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