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비싼 화가' 보다 '국민 화가' 박수근 "괜찮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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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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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나아트센터 17일부터 인사동에서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120점 전시

박수근 기름장수 1953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윗집 기름장수는 편지를 들고 늘 찾아왔다. 글자를 못읽고 보여준 편지를 어머니가 읽어주면 아주머니는 기름한병을 놓고 갔다. 그렇게 돌아선 기름장수의 뒷모습은 정이 흐른다.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이 1953년에 그린 '기름장수' 그림 앞에서 아들 박성남(67)은 "윗집에 살던 기름장수 아주머니와 어머니가 편지를 읽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했다.  

 "아버지의 평생 주제는 선함이었죠."

 어린시절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어른이 되면서 그 뜻이 무엇인지 알게됐다" 는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 '시장의 여인'(1963) 그림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화가가 된 그는 아버지같은 그림을 그리지만 여전히 따라잡을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

 "아버지는 늘 괜찮아 괜찮아 라고 했어요."


 

박수근 아들 박성남씨가 자신이 다섯살때 아버지가 그려준 그림이라며 활짝 웃고 있다.



리어카에 그림을 잔뜩 싣고 그림을 팔러간 날은 식구들이 쌀밥을 먹는날이었다. 어느날 집안이 뒤집어졌다. 어머니 남동생은 한량이었다. 그림팔아 사온 쌀 한포대를 몰래 들고 나간것.

 박성남씨는  "자식들에게 밥을 해주려던 어머니는 난리가 났지만 아버지는 그런 상황에서도 '처남이 철이 없어서 그러니까 괜찮다'며 어머니를 말렸던 아버지의 모습이 오늘일처럼 그려진다"고 했다. “한 날은 ‘난 참 행복해’라고 하시기에 ‘왜요’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당신은 따듯한 곳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행복하시대요. 아버진 그런 분이셨어요.”

 배움도 길지 않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다. 박수근이 평생 그림만 그리게 된건 프랑스 농민화가 밀레의 그림 '만종'을 보면서다. 밀레의 그림을 본후 “하느님, 밀레와 같이 훌륭한 화가가 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던 그는 18세 때인 1932년 이른 봄의 농가를 모티프로 한 수채화 ‘봄이 오다’로 당시 미술가들의 유일한 등용문이었던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 진짜 화가가 됐다.

가난한 화가의 꿈은 소박하고 단순했다. 일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기록했다. 빨래터의 아낙네들, 시장 사람들, 절구질하는 여인등 당시 우리나라 풍경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가난한 삶을 살아낸 그는 그의 인생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전형적인 서민상을 보여줬다. 49세때 백내장으로 한쪽눈을 실명한후에도 계속 그림을 그리다가 51세에 간경화로 세상을 떴다.



 

가나아트, 박수근, 앉아있는 여인, 1963년, Oil on canvas, 65x53 cm.


 
 평생을 가난과 싸웠던 화가 박수근은 죽은뒤에야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가 됐다. 대표작 ‘빨래터’(1959)는 이후 위작 의혹이 제기되긴 했지만 2007년 5월 당시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가격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현재 작품값은 (호)당 가격이 2억9000만원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박수근을 '비싼 화가'보다 누가뭐래도 우리에게 남겨진 박수근은 '서민화가'라고 했다.

 그에게 박수근은 "창신동 집 마루에서 아내와 막내딸과 함께 찍은 사진이 가장 박수근의 인간상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박수근이 남긴 흑백풍경은 유 전 청장에게 이렇게 읽힌다. "반소매 내의에 양말을 벗고 손가락 깍지를 끼어 양 무릎을 껴안은채 이 쪽을 바라보는 천연스런 자세와 어진 눈빛이 이 사진 뒷배경이 된 그의 작품들에 나오는 인물들과 혼연히 어울린다. 게다가 새로 산 흰 고무신이 마루위에 잘 모셔져 있어 이 가난한 화가의 맑은 마음씨를 보는 듯 하다." 

박수근의 '맑은 마음씨'를 볼 수 있는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인사동 한복판에서 17일부터 열린다.

 가나아트센터가 2년전부터 준비했다.  "제대로 해보자"며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도 나서 작품을 수거(?)했다.  선뜻 내놓기 어려운 작품들이지만 소장자들도 '국민화가'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뜻을 합쳤다.  전시작품 100점이상이 개인소장자들이 내준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인사아트센터 1~4층에서 박수근의 유화 90여점과 수채화·드로잉 등 120여점을 선보인다.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인 만큼 축제 분위기로 꾸민다. 그림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를 위해 영상 자료도 선보인다.사연이 있는 작품들, 연대별로 박수근의 전체 작품 세계를 알 수 있는 작품을 선별했다.

가나아트센터 이옥경 대표는 “박수근이 한국 근대작가의 뿌리라는 생각에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평창동이 아닌 인사동에서 전시에 대해 이 대표는 "인사동은 사람이 근접하기 쉬운 이점이 있고,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중요한 작가를 보이고 싶었다"며 "앞으로 박수근의 진가를 알리기위해 유럽과 미국 등과 연계해 전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나아트, 박수근, 아기보는 소녀 A Girl Tending to an Infant, 1953, Oil on canvas, 27.5x13cm

45억2천만원에 팔린 박수근의 빨래터


 이번 전시에는 45억2000만원짜리 '빨래터'를 비롯해 그동안 화집에서만 볼 수 있었던 1950년대 작 '시장 사람들'과 '노인과 소녀'(1959년), '귀로'(1964년), '고목과 행인'(1960년대) 등도 공개된다. 작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120점이 쏟아진 이 전시, 전쟁후 질곡의 삶을 살며 화폭에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았던 가난한 화가의 열정과 아픔을 만나볼 수 있다.  왜 '국민 화가'인지를 느껴볼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3월16일까지. 일반 1만원. 초등생 6000원. (02)720-1020. 박현주기자 hy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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