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펀드 수는 모두 9837개로 미주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 46개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반면 펀드당 순자산 규모는 한국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의 펀드당 순자산 규모는 2860만 달러(약 303억원)로 불가리아(470만 달러), 칠레(1550만 달러), 슬로베니아(1960만 달러), 파키스탄(2110만 달러)에 이어 다섯 번째로 작았다.
결국 한국이 소형펀드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펀드 수가 많은 룩셈부르크(9466개)의 펀드당 순자산 규모는 3억340만 달러로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국내 펀드시장에서 펀드규모 대비 펀드 수가 지나치게 많은 현상은 사모펀드 급증과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펀드가 원인이다. 소규모 펀드는 투자 시 리스크 관리를 위한 분산 투자가 어렵고, 운용사의 관리도 상대적으로 소홀해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설정액이 100억원 미만인 소규모 공모펀드의 수는 2077개로 전체 공모펀드의 60%를 넘어섰다. 10억원 미만의 펀드는 874개로 26.5%를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1년 6월부터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공모펀드에 대한 청산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후에도 10억원 미만의 공모펀드 비중은 25%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사모펀드 수는 7500개로 공모펀드의 두 배에 달한다. 공모펀드 수는 2009년부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사모펀드 수는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규모 펀드가 늘어난 데는 자산운용업계와 판매사의 관행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박창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장 유행에 따라 특정 유형에 쏠려 펀드를 출시하는 자산운용사의 관행이 바로잡혀야 한다”며 “주식형 펀드 중심으로 지속적인 축소 움직임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규모펀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해 사후고객 관리가 어려우므로 은행·증권 등 판매사가 청산을 주저하고 있다”며 “소규모펀드 청산을 외면하는 판매사의 협조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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