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에서 ‘12’는 볼과 관련된 숫자로 다가온다. 대부분 볼 메이커들은 볼 1박스(더즌)를 12개 단위로 포장한다.
그런데 골프클럽에서도 12와 관련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정상급 프로들이 쓰는 드라이버의 로프트다.
미국PGA투어 홈페이지에서는 지난주 하와이에서 열린 투어 소니오픈 출전선수 143명 가운데 테일러메이드의 신제품 ‘SLDR’ 드라이버를 사용한 선수는 37명이라고 밝혔다. 이 37명 중 드라이버 로프트가 10도 이상인 선수는 23명에 달했다. 62%의 선수가 두 자릿수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썼다.
특이한 것은 아마추어들이나 선택할법한 로프트 12도짜리 드라이버를 사용한 선수가 세 명이나 된 점이다. 최근 머리를 박박 깎고 나온 스튜어트 싱크와 스콧 버플랭크, 윌리엄 맥거트가 주인공이다. 남자 투어프로들의 스펙으로 만들어지는 드라이버의 로프트가 12도까지 오른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션 오헤어는 로프트 9도짜리 SLDR를 쓰다가 이 대회에서는 10.5도짜리로 바꿔들고 나섰다. ‘장타자’ 존 데일리도 종전 제품(7도)보다 2도나 커진 9도짜리를 들고 출전해 셋째날엔 데일리베스트(6언더파 64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브랜드의 클럽을 사용하는 프로들 중 두 자릿수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갖고 있는 선수도 더러 있다. 카를 페테르센(스웨덴)은 나이키 드라이버 11.5도짜리로 2012년 RBC 헤리티지에서 우승했다.
투어프로들의 클럽은 메이커에서 특별제작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더라도 세계 정상인 미PGA 투어프로가 로프트 12도짜리 드라이버를 쓰는 것은 아마추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추어용 드라이버는 로프트를 ‘실제보다 작게 표시하는’ 상술이 있긴 하지만, 로프트가 작은 드라이버를 쓰는 ‘고수’들을 무작정 따라하는 일은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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