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신공항 조감도.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맞닥뜨리는 공통의 고민중 하나는 브랜드 네이밍이다. 중국어로 쉽고 명확하면서도 좋은 뜻을 함축한 현지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브랜드네이밍은 우리업체 뿐만 아니라 중국에게도 난제다. 최근 베이징에서는 올해 착공을 앞둔 베이징 신공항의 공식명칭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에는 현재 순이(順義)구에 서우두(首都)국제공항이 있다. 서우두국제공항이 포화에 이르자 베이징시는 남쪽 다싱(大興)구에 제2의 국제공항을 건설하기로 결정했고, 올해 착공할 예정이다. 이 신공항의 명칭확정을 두고 14일 베이징시 정치협상회의 12기2차회의에서 활기찬 논쟁이 벌어져 화제를 끌었다고 신경보가 15일 전했다.
신공항의 명칭으로는 현재 다싱공항이 유력한 후보다. 신공항이 다싱구에 위치할 예정이며, '다싱'이 크고 번화하다는 의미라서 웅장한 규모의 신공항의 의미에 맞다는 것. 하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의 이름을 구(區)의 명칭으로 하면 의미가 축소되는 느낌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다싱이라는 단어는 상업적인 색체를 띄고 있어서 중국의 문화를 알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나오고 있다.
또다른 후보는 리셴(禮賢)공항이다. 이 역시 공항의 일부가 다싱구 리셴진(鎮)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리셴진은 2000년 역사를 지닌 마을로, 과거 춘추전국시대 연()나라가 많은 인재를 흡수하던 '초현관'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리셴은 '어진이를 예로 맞이하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리셴전은 공항부지가 위치하는 여러개의 진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주췌(朱雀)공항, 징지(京畿)공항, 융딩(永定)공항, 위파(榆垡)공항 등의 명칭도 후보로 거론된다. 주췌공항은 주췌가 도교에서 남방의 신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하지만 이 역시 베이징을 대표하지 못하며, 실제 주췌라는 단어는 시안(西安)이나 난징(南京)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론이다.
징지공항은 신공항이 베이징과 허베이성 경계에 위치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하지만 '지(畿)'가 중국에서 많이 쓰지 않는 단어고 읽기도 쓰기도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융딩공항은 신공항 인근에 흐르는 융딩허(永定河)라는 강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강이 길기 때문에 공항이 어느지역에 위치해 있는지 혼돈을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베이징의 융딩문과 명칭이 비슷해 의사전달이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파공항은 원나라시대 이 지역에서 느릅나무를 갈아엎어 농경지를 만들었다는 유래에서 이름을 따왔다. 하지만 의미가 함축적이지 않아 부적합하다는 반응이다.
베이징시 정협위원인 궈겅(郭耕)과 롄위밍(連玉明)은 "신공항의 명칭은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와 의견을 모아 심사숙고한 후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착공이 눈앞에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이름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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