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은 철을 아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후보 인사들의 배경이 무엇이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회장을 뽑는 것이지만 스스로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포스코 임직원들은 이사회의 회장 선출 과정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강한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현 이사회 구성원들을 교체하고 모든 절차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 이사회는 16일 권오준 포스코 사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다. 전날 인천 송도에서 이사회를 개최한 뒤 2사람을 포함해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오영호 코트라(KOTRA) 사장 등 5명의 후보군을 발표한 직후 이들에 대한 1차 면접을 실시한 뒤 다시 후보군을 2명으로 압축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는 2차 면접을 실시한 뒤 빠르면 16일 오후, 늦어도 17일에는 단독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군 발표 직후 불과 하루 만에 단독 후보를 추천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과 여론의 관심이 높은 점과 더불어 포스코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사회가 일련의 과정에 대해 불필요한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다. 특히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이영선 이사장은 언론에 드러내놓고 후보 선정에 대해 발언을 이어가면서 포스코를 당황케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더 이상 이사회의 설명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포스코의 한 인사는 “솔직히 처음 후보군이 발표 됐을 때는 누가 될 것이라는 윤곽이 잡혔지만 이날 결과는 납득하기 힘들다”라면서 “하지만 불과 하루도 안돼 다시 후보군이 걸러진 것을 보면 마치 미리 시나리오가 짜여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보 인사들 모두 개인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결국 개인의 능력 이상의 무언가가 (최종 후보 추천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의문을 던졌다.
능력 이상의 기준을 따져 보면 결국 포스코를 구성하는 내·외부와의 연결고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후보에 추천된 4명의 포스코 인사들 중 권 사장과 정 부회장, 박 이사장은 정준양 회장과, 김 사장은 후보로 거론됐던 윤석만 전 포스코 회장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권 사장은 정 회장의 고등학교(서울사대부고) 후배, 정 부회장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고등학교(경남고) 후배다. 이사회나 당사자들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특정 라인이 개입될 수 있는 개연성은 매우 충분하며, 최종 후보 선출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게 포스코에 정통한 많은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포스코 내부의 동요를 일으키고 있는 진짜 원인은 후보들이 선배이긴 하지만 과연 포스코 패밀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Leader)의 자격이 충분한 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권 사장은 기술 부문에 있어서는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등기 임원으로 등재돼 책임있는 경영을 펼친 경험이 없고, 정 부회장은 포스코건설을 잘 이끌어왔다고는 하지만 포스코 본사를 떠난 지 7년이 넘었다. 개인보다 전체를 중시하는 철강업계의 전통에 있어 조직 장악력에 실패한 리더는 회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아무리 포스코가 시스템 경영이 정착됐다고 하더라도 리더가 방향을 잘못 잡아준다면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물론 모든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면접 결과에 따라 최종 후보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단독후보로 추천되더라도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건 성급한 후보 결정은 포스코에게는 결국 독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포스코 출신 전직 임원은 현 상황과 관련해 “사실상 포스코 회장을 낙점하는 청와대에서도 안좋게 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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