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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찾은 관광객들이 관광명소인 자금성을 찾았지만 16일 이들을 맞은 건 지독한 스모그로 뿌옇게 보이는 마오쩌둥 사진이었다.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기준치 수십 배를 초과하는 초미세먼지를 동반한 짙은 스모그가 또다시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을 덮쳤다.
16일 중국언론에 따르면 베이징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이날 오전 500㎛/㎥에 육박하는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PM 2.5 수치는 전날 오후 들어서부터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해 이날 오전 4시께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25㎛/㎥)의 25배 수준에 달하는 613㎛/㎥까지 치솟았다. 24시간 기준으로는 평균 339㎛/㎥를 기록했다.
베이징은 나쁜 공기질 때문에 '스모그 도시'라는 오명을 갖고 있지만, 이번처럼 PM2.5 수치가 600㎛/㎥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 짙은 스모그로 인해 가시거리가 1㎞ 이하로 떨어지면서 베이징∼톈진간 고속도로의 베이징방향 전 노선과 베이징-핑구(平谷)간 고속도로의 베이징 방향 일부 구간이 폐쇄조치됐다. 이날 오전 베이징 중심가에서는 두 블럭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시의 상징적 건축물인 궈마오빌딩(國貿大厦·330m)을 볼 수 없었다.
중국언론들은 이날 스모그 현상이 베이징 지역 외에도 허베이성 중남부, 텐진, 산둥·허난성 북부, 산시(陝西) 관중 등지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중남부 대부분 지역에서 짙은 연무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허베이성 남부, 톈진, 장시성 중부 등은 가시거리가 500m까지 떨어진 곳도 있었다가 전했다.
스모그는 베이징, 텐진, 허베이성 등 평소 스모그가 잦은 지역 뿐 아니라 산둥·허난·산시성등 중국 중남부 대부분 지역에서 발생했다.
스모그는 특히 인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스모그에 포함된 초미세먼지는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직접 들어가는데, 질산, 황산염과 금속화합물 등 유해물질이 함유돼 심장병과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초미세먼지가 석면·흡연과 같은 수준의 발암성이 있다며 유해물질로 판정했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베이징 등 중국 북부 주민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남부 주민보다 5.5년 낮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등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2017년까지 25% 감축한다는 목표아래 1조7500억 위안(약 315조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천연가스 발전소 신설, 석탄보일러 폐쇄, 노후차량 폐차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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