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기획재정부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세계 10개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한 '아시아 주요국 경제지표'에서 한국의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을 평균 2.8%로 예측했다.
아시아 10개국을 대상으로 경제성장률(실질 GDP), 물가(CPI), 경상수지(GDP)를 조사한 이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지난해 실질 GDP를 중국(7.7%), 필리핀(7.0%), 인도네시아(5.7%), 인도(4.6%), 말레이시아(4.5%), 싱가포르(3.7%), 홍콩, 태국(이상 3.0%)에 이어 9위로 진단했다.
올해도 사정은 다소 나아지겠지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경제성장률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앞선 국가들의 대부분이 신흥국이라는 점에서 대외경쟁력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대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7분기 만에 3%대를 회복했지만 부동산시장 침체, 가계부채, 수요 부진 등으로 내수가 불황이고 환율 흐름이 좋지 않았다"며 "선진국 경기회복 덕을 본 수출도 경기에 큰 힘이 못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점차 세계 경제 추세를 쫓아가지 못하는 디커플링을 우려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떨어진 경제활력과 투자 위축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되겠지만 원화 절상, 엔저 효과로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내수를 활성화시켜 수출부문의 불리함을 상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간 경쟁력에서 밀리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수 중심 정책도 중요하지만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의 유턴이 절실한 시기인 셈이다.
최근 기업들은 각종 규제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투자와 연구개발에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동양·효성 등 대기업이 수시로 검찰을 드나들면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된 원인도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대기업 전략팀장은 "통상 4분기 중반이면 내년 경영계획 초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올해 1월 중순이 넘었는데 손도 못대고 있다"며 "워낙 많은 변수가 상존해 있어 세부계획을 수립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는 것은 정부가 규제완화를 약속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규제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부처가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한 규제 건수는 2008년 말 9753건에서 지난해 10월 말 1만4977건으로 53.6% 급증했다. 2010~2012년은 매년 약 1000건씩 규제가 늘었다. 이미 공표돼 시행을 앞둔 규제까지 포함하면 1만5000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새로 발생하는 또다른 규제에 기업 투자가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는 환영할 일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핵심이 빠졌다는 것이다. 정작 기업에 필요한 '대못'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국 투자환경이 규제와 노사문제로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외국으로 떠나는 반면 홍콩·싱가포르 등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3.9%로 잡았는데 이는 희망치"라며 "투자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2년 연속 마이너스인 설비투자가 갑자기 늘어나기 어렵고, 수출도 엔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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