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 고대 명예교수 "한국사회 정신적 폐허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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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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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일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 ‘문화의 안과 밖’ 첫 강연

김우창 교수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우리 사회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큰 외면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정신적 파괴라는 점에서는 2차대전 후 독일의 시련을 능가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대표적 인문학자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18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안국빌딩 W스테이지에서 열린 ‘문화의 안과 밖’ 강연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가 사실상 ‘정신적 폐허’ 속에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를 ‘(정신적) 불행이 일상화된 사회"라고 진단한 뒤 "‘본능적 윤리의식’에 기반한 새로운 공동체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기억이나 역사쯤은 완전히 말소돼도 상관없는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데, 기억을 통하지 않고는 현재를 알 수가 없다”면서, “옛 삶의 자취가 파괴되고 추억이 부정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새로운 공동체의 가치는‘선(善)’. “낯선 사람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본능적으로 도와주는 마음과 자세”이다. 김교수는 “착해도 손해보지 않는 사회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좋은 사회이며, 착하기 위해서 간디나 루터 수준의 도덕적 결단을 해야 하는 사회는 나쁜 사회”라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독일의 시인 한스 카로사가 전후 독일의 참상과 함께 재건에 필요한 정신적 조건들을 그린 시 ‘해지는 땅의 비가(悲歌)’를 통해 정신과 문화, 기억, 문명, 공동체 등 화두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그는 “서양에서는 셰익스피어나 괴테를 읽어도 오늘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지금 심청전을 갖고 누가 효도를 말하나”라며 “마음속에 계속돼야 하는 정신적 성찰이 누가 폭격하지 않아도 다 없어졌다는 점에서 우리도 정신적으로는 전후 독일과 같은 폐허 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나 문명은 전쟁의 파괴나 전체주의의 싹쓸이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정신의 실종으로 인한 내면 폭발(implosion)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보다 긴 안목에서 보면, 물질적 파괴의 원인이 되는 전쟁이나 전체주의 역시 정신의 파괴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통찰이다.

 
그는 ‘거대대중화'가 진행되는 오늘날 산업사회에서도 삶과 자연, 학문 등 삶의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유기적 공동체’의 정신이 보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공동체 가치의 모색과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김 교수의 이 날 강연은 우리 지성계의 대표적 학자들의 학문적 성찰을 기반으로 대중과 함께 우리 사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연간 단위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다.

김우창 교수 등 국내 학자 7명이 기획한 ‘문화의 안과 밖’ 강연은 내년 1월10일까지 1년간 매주 토요일 50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강연 동영상과 강의록은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제공된다. (02)739-9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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