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좁쌀(小米)이 백미(大米)가 됐더라."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에 폭소가 터졌다. 17일 열렸던 전문가좌담회에서 스마트폰 기업인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회장에게 샤오미의 놀라운 성장세를 빗대 건넨 농담이다. 레이쥔 회장은 좌담회가 끝난 후 "리 총리가 던진 농담 한마디가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고 신경보가 19일 전했다.
리 총리는 오는 3월 개최될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할 '정부공작보고'를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각계 전문가들을 17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로 초청해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리커창 총리 특유의 적극적이면서도 솔직담백한 소통이 다시한번 빛을 발했다. 좌담회에 참석했었던 기업인들은 18일 "좌담회는 매우 유익했으며 활기찬 대화들이 이어졌다"고 평했다.
좌담회에서 우선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의 왕이밍(王一鳴) 부원장이 "공작보고에서는 핵심사상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부분은 불충분하니 이 부분을 보강해달라"고 말을 꺼내자 리 총리는 발언중간에 끼어들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말씀을 돌려서 완곡하게 말하지 마시고 직언해달라"고 말해 웃음을 유도했다. 이어 왕이밍은 웃으며 준비해온 메모를 보지 않고 구체적인 사례를 말을 했고 리커창은 경청했다.
도이체방크의 마쥔(馬駿) 수석경제학자가 "공작보고중 산업과잉생산에 대한 평가가 너무 비관적이다"고 지적하자 리커창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되물었다. 마쥔은 "지난해 태양광, 조선, 시멘트 등 산업에서 과잉생산이 실제로 많은 부분 해소가 되었고, 일부 산업에서는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음이 명확하다"며 정부의 우려가 필요이상임을 강조했다. 이렇듯 리커창 총리는 시종일관 딱딱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을 했으며 많은 유머를 사용해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유도해냈다고 중국정부망, 신경보 등의 매체가 전했다. 실제 "관료주의를 타파해 달라" "지방정부의 권력에 통제를 가해야 한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건의를 하나 더 하겠다"는 어찌보면 '아슬아슬한' 발언도 이어졌다.
리커창 총리는 "어떤 분야에서 정부권한을 축소시켜야 할지가 제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라고 소개하자 우쾅(五礦)그룹의 저우중수(周中樞) 회장은 "일부 지방정부는 산업발전이나 지방발전과는 상관없이 각 기업들에게 맹목적으로 투자를 확대시키고 자회사를 늘리라는 주문을 한다"며 "이는 기업활동의 장애로 작용하고 있으니 지방정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축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역시 "시장에서 팔리는 샤오미의 절반은 짝퉁제품"이라며 "어느 지방정부는 짝퉁핸드폰이 GDP를 창출하고 있다며 오히려 짝퉁제품을 은근히 부추기는 곳도 있다"고 소개했다.
텅쉰(騰訊)의 마화텅(馬化騰) 회장은 리 총리에게 "이제 모바일인터넷은 이미 인체의 하나의 장기와 같은 일부분"이라며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인터넷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화텅 회장은 "현행법규에 따르면 4억위안 이상의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상무부의 비준을 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너무도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건의했다. 또 "국가의 소프트웨어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을 누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의 6%이상이 되어야 한다"며 "6%보다 낮더라도 연구성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으니 우대정책 기준을 낮춰달라"고도 말했다.
레이쥔 회장은 "인터넷산업을 국가전략에 포함시켜 모바일인터넷 열풍을 이용해 전통산업구조 업그레이드를 촉진시킬 것을 건의한다"며 "현재 모바일인터넷은 태풍의 기세를 보이고 있으며, 샤오미 역시 이 태풍을 타고 날아올랐다"며 관련산업 지원책을 촉구했다.
리커창 총리는 "오늘 발언들은 모두 순도높은 것들이었으며 한마디 한마디가 정곡을 찌르는 것들이었다"며 "정부는 여러분 건의를 최대한 받아들여 정부의 개입을 억제할 부분은 억제하고, 강화할 부분은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춘제전에는 만날 기회가 없을것 같으니 먼저 인사를 드리겠다. 여러분과 여러분 기업 직원들이 모두 행복한 춘제를 보내기를 기원한다"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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