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불어온 경제회복의 기대감을 안고 시작한 갑오년은 불과 보름을 지난 시점에서 '불통의 늪'에 빠져버렸다. 전문가들은 철도파업, 역사교과서 채택 문제, 의료파업 예고까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회 갈등이 위험수위에 올랐다는 시선이다.
반면 정부는 법과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나치게 법과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가 불통의 근원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통에 대한 부분이 도마에 오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견해가 높다.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불통과 관련한 질문에 상대적으로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한 것도 박 대통령 스스로 '불통 논란'이 국민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비치고 있음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와 사회의 대립각이 커지면서 경제 전반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 체질개선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선순환 구조가 생길 것"이라고 제언했다.
불통 이미지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의 까다로운 규제와 고임금, 노사갈등, 정부 정책 불신 등으로 일찌감치 철수한 상태다. 외부에서는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의 거센 도전을 받는 형국이다.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한국 경제의 3대 허들과 5대 대응과제'에서도 주체들 간 대립 프레임을 한국 경제의 변수로 지목했다. 정부의 불통이 한국 경제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계층·노사·여야·신구세대·지역간 대립 프레임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5일 역대 경제부총리·장관 만찬에서 원로들은 소통의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이승윤 전 장관은 "3개년 계획이 성공하려면 국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경제 현실을 자세하게 알리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 역시 "과거보다 훨씬 복잡화·다원화된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치권과 대언론 소통 노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장·차관은 물론 실·국장들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직접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통 부재는 현재 정부 시스템이 지나치게 청와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각 부처가 소신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청와대의 입만 바라보고 움직이는 소극적인 태도를 지목한 것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장관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발생해도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담당 장관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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