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가 생각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 대목을 앞두고 닭고기 가공업체와 외식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I 발병 이후 첫 주말인 지난 17일부터 19일까 사흘 간 국내 주요 치킨전문점 매출은 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역시 이 기간동안 닭고기와 오리고기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2주 전보다 각각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무휴업(12일)이 있었던 전주와 비교한 17~18일에도 오리고기는 10%, 닭고기는 3% 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마트는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에서 17~18일 오리고기 매출은 전주 대비 18.7%, 닭고기 매출은 18.7% 가량 축소됐다.
파장은 외식업체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5만여 치킨전문점들은 최대 10% 가량의 매출 하락을 견뎌야 할 상황에 놓였다.
최근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닭·오리고기를 회피하는 경향이 적지만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과거 소비패턴이 되풀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과 2008년, 2011년에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양계 농가, 가공·외식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당시 치킨전문점들의 매출은 최대 30% 이상 감소했고 이같은 현상은 2008년과 2011년에도 되풀이 됐다.
'고온에서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찜찜한 기분에 주문을 꺼리기 때문이다.
양계 농가와 가공식품 업체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기업이나 관공서, 학교 등의 급식에서 닭고기 메뉴는 이미 제외된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서울의 한 관공서 저녁 메뉴가 닭고기에서 생선조림으로 급하게 대체됐고, 매일 아침 내놓는 달걀부침도 식탁에서 사라졌다.
상황이 이렇자 식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설 명절은 앞두고 닭·오리고기 소비가 급감하면서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방사능 공포로 인한 해산물에 이어 닭고기까지 기피하는 상황에서 다른 육류 가격 인상은 불보듯 뻔하다. 지난 2008년 당시에도 국내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은 50% 이상 폭등했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 관계는 "지난 주말부터 닭고기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찾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AI로 인해 식탁 물가가 심하게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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