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정부는 새해 시작부터 공기업들에 대해 고강도 경영쇄신을 주문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의 부채증가 이면에는 국가사업의 공공기관 전가, 낙하산 인사 등 정부의 책임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정책 실패라는 모든 잘못을 이들 공기업들에게 떠넘기는데 급급한 ‘불통’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관, ‘소통’ 아닌 무조건적인 공기업 군기잡기
최근 각 부처 장관들은 산하 공기업들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줄줄이 퇴짜를 놓는 등 연신 질책하는 분위기이다. 이 같은 각 부처 장관들의 공공기관 군기 잡기에 해당 공기업들은 소통이 아닌 일반적 불통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경우 마사회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9개 산하기관장과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한 기관장 회의’를 갖고 방만경영과 인사비리에 강하게 질책했다.
과다부채 기관이 중점적으로 몰려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윤상직 장관도 최근 석유공사, 가스공사를 비롯해 11개 에너지 공기업 사장을 만나 개선안을 줄줄이 반려하며 강도 높은 경영개선안을 요구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역시 50개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를 소집해 방만경영 실태가 발견되면 예산을 삭감하겠다며 군기 잡기에 나섰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40개 산하 공공기관장을 만나 방만경영을 질타했으며,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도 14개 산하 공공기관장들과 빠른 시일 내 만나 개혁 방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공공기관장은 “각 부처 장관들의 공공기관 군기 잡기가 산하 공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 통보에 지나치지 않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저 따르기만 하는 과잉 충성으로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관·공 ‘불통’에 해외알짜자산 매각 등 국부유출 우려
각 부처 장관들은 공공기관장들에게 해당 직을 걸고서라도 부채감축에 매진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부채감축을 위해 모든 자산을 매각해서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라는 소리다.
이에 일부 해외자원개발 공기업들의 경우 향후 수익성이 보장되는 알짜 해외자산까지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싸게 공을 들여 샀던 알짜 사업들을 헐값에 넘김으로써 국부유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 산업부 산하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해외 핵심 우라늄 및 유연탄 자산들을 시장에 팔기로 했으며, 그 안에는 우리 해외 자원개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성과로 평가된 세계 10대 우라늄 업체 캐나다 데니슨사의 지분도 포함돼 있다.
가스공사 역시 수년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과 호주 글랜드스톤 액화천연가스(GLNG) 등 해외 사업들의 지분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정부 독려로 추진됐던 유망한 해외 사업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우라늄 가격 하락세 등 매각 시점에 있어 헐값에 매각할 수 밖에 없어 국부유출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라늄 가격은 일본 후쿠시마 사건 이후 끝없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유연탄 가격도 지난 2008년 톤당 127달러 수준에서 현재는 8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원 가격의 하락세에 따라 당장 매각할 경우 헐값으로 팔리는 것은 물 보듯 뻔한 일“이라며 ”특히 개발이 본격화되지 않은 탐사 광구의 경우 헐값이라도 당장은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사업에 대한 어떠한 비전이나 시뮬레이션도 없이 일률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국부유출 등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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