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ㆍ기은 공공기관 재지정 방침에 편의성 행정 지적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2년만에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다. 

이를 두고 당초 해제 기준이 모호했다는 비판과 함께 일괄적인 재지정 방침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오는 24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회의를 열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산은금융지주와 산은, 기은을 공공기관에서 지정해제했다. 기업공개(IPO) 및 지분매각 등 성공적인 민영화가 해제 조건이었다.

그러나 산은 민영화는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을 통합하는 정책금융재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단됐다. 오히려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통합산은의 역할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평가다.

기은 역시 민영화가 무산됐다. 정부는 보유지분 50%를 유지하면서 기은이 중소기업 지원 등 기존 정책 기능을 그대로 수행토록 했다.

이밖에도 공공기관 해제 후 산은이 임원 임금을 10% 인상하는 등 과도한 연봉도 재지정 방침의 근거로 꼽힌다.

그러나 산은과 기은에 대해 기준 적용을 달리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로 패키지로 묶어 공공기관에 지정하는 것은 각 금융기관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편의성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대기업 여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산은은 STX그룹에 대한 충당금 등의 여파로 지난해 3분기 현재 누적 적자 규모만 1996억원을 기록중이다. 최악의 경우 연간 적자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기은은 지난해 개인 및 기업고객, 스마트뱅킹 이용고객이 모두 100만명을 넘어섰고 외국환 실적도 1000만 달러를 돌파하는 실적을 거뒀다. 공공기관 해제 이후에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011년 말 21.4%에서 지난해 3분기 현재 22.6%로 확대됐다.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되면 기관장 연봉을 비롯한 인건비, 업무추진비, 회의록 등을 모두 공시해야 하고 예산 및 인사권도 통제를 받게 된다. 기은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면 비용절감 문제로 중소기업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며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미 성과급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2년만에 결정을 바꾸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고 강만수 전 산은금융 회장이 떠나니까 다시 산은을 공공기관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당시 특혜시비를 감안해 기은도 해제했으니 이번 결정도 패키지로 가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은의 경우 통합 대상인 정책금융공사의 성격과 민영화 무산 등으로 공공기관 재지정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은에 대해선 "구조적 변화가 없고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기능을 재편한다는 명시적 논의도 없는 상황이어서 재지정해봐야 실익이 없을 것"이라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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