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스위스를 국빈방문한 박 대통령은 이날 공식환영식에 이어 스위스 연방 재무부청사에서 열린 1시간20분간의 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척박한 환경과 외세의 위협을 극복하고 성장한 양국의 비슷한 역사적·산업적 경험을 거론, "양국이 이제 새로운 시대를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이번 저의 방문이 그 길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들어 (스위스의) 연방 각료 일곱 분 가운데 네 분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양국 협력의 잠재력과 필요성을 직접 확인해주셨다"며 "저의 이번 방문을 통해 교역·투자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직업교육, 제약, 문화, 관광 등 제반분야에서 두 나라의 관계를 훨씬 더 격상시키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회담 모두발언에서 부르크할터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스위스 국빈방문을 환영하면서 "이번 방문이 양국간 우호협력관계를 한단계 확대, 심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양국 수교이래 50년만에 한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스위스연방을 국빈방문하게돼 기쁘다"며 "그간 양국이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킨데 만족하며, 스위스가 중립국감독위원회(NNSC) 참여를 통해 1953년 한국전쟁 정전 이후 60여년간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에 기여한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또 "스위스는 세계적인 기초과학 강국이며 한국은 IT와 응용기술이 발달한 국가"이라며 "과학기술과 직업훈련, 의약협력, 중소기업 육성 등을 포함한 양국협력을 통해 우리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협력파트너"라면서 양국간 실질협력 관계의 큰 발전을 기대했다.
금융분야의 협력과 관련, 박 대통령은 스위스 프라이빗 뱅킹 분야의 세계적 경쟁력을 평가하면서 한국도 금융산업을 5대 서비스산업으로 선정해 장기적 육성계획을 갖고 있음을 설명하고 스위스 금융회사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하자 부르크할터 대통령은 협력을 위한 지속적 협의를 희망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교육부처간 직업교육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과 민간기관간 협력으로 정밀기계 분야에서 우리 학생들이 스위스의 우수한 기업현장에서 직업교육을 받게 된 점을 환영했다.
스위스 측도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양국 교육부처 및 민간기관간 협력을 통해 구체적 협력사업을 발굴하자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간 체결된 사회보장협정을 통해 기업과 근로자 부담이 경감됨으로써 양국간 투자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면서 노바티스와 로슈 등 세계적 제약회사를 보유한 스위스와 의약분야 협력 증진을 희망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대북문제와 관련, 스위스가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규탄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 등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에 적극 동조한 점을 평가하면서 대북지원경험이 풍부한 유럽의 NGO(비정부기구)와 스위스 개발청 등과 우리 측 NGO가 공동으로 북한주민을 지원하는 방안이 고려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북한 지도부가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게 중요하며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양국이 공조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부르크할터 대통령은 스위스는 과거 4자회담이나 6자회담을 지원했는데 그러한 역할을 앞으로도 할 용의가 있다면서 우리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이번 회담의 의의에 대해 "경제분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창조경제에 있어 양국간 서로가 튼튼한 동반자 관계라는 것을 확인한 자리"라며 "중소기업을 비롯한 경제관계 협력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제도개선, 연구협력 및 직업훈련분야의 인력양성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 등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기초가 되는 논의가 많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사회보장협정을 비롯해 정부 및 기관 간에 협정 1건과 양해각서(MOU) 11건 등 총 12건의 협약을 체결했다. 또 기업들간 총 5건, 1억7천200만 달러 상당의 부품소재 구매공급 협력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코트라 측은 우리 중소기업인 SAS와 동양메탈공업이 100년 역사의 기계플랜트 글로벌기업인 FS스미스 막기어에서 건설하는 동유럽 및 인도지역 시멘트플랜트 설비부품의 공급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스위스 글로벌기업과 국내 부품소재 중소기업간 비즈니스 협력이 한층 가속화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양국 정상은 이날 오전 이코노미스위스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한-스위스 경제인 포럼에 함께 참석, 교역·투자 확대와 창조경제 협력 증진 방안을 주제로 나란히 기조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베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특히 제3국 시장 공동진출시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역보험 등의 금융지원에서 협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 요르그 알 레딩 주한 스위스 대사 등 스위스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하인즈 카러 이코노스위스 회장, 레모 뤼돌프 ABB 스위스의 최고경영자, 마틴 젠 취리히 보험그룹 최고경영자 등 유수의 기업 관계자와 우리 측 경제사절단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