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최근 중국의 각 지역별로 인민대표대회가 개최되고 있는 가운데 정년연장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각 지방정부들은 정년연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론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기싸움이 한창 진행중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는 결정문을 통해 "정년 연장을 연구해나간다"고 적시해 정년연장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중국의 현재 퇴직연령은 남자가 60세, 여자는 50세(간부는 55세)다. 중국 정부는 이를 남녀 모두 65세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이달들어 개최되고 있는 각 지역별 인민대표대회에서는 정년을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늘려나가거나, 대상 업종을 구분해 정년연장 시행시기를 조절하는 등의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정부가 정년연장을 검토하고 있는 주요한 이유는 연금기금고갈에 대한 우려다. 퇴직 연령이 1년 연장되면 양로기금이 40억 위안 증가하고 지출은 160억 위안이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또한 지난해부터 중국의 노동인력이 감소로 돌아섰으며, 평균수명 연장과 고령화라는 사회적인 요인도 정년연장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비등하다. 지난해 8월 중국청년보가 인터넷 포털 소후닷컴 회원 2만53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년 연장 설문 조사에서 무려 95%가 정년 연장에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찬성은 3%에 불과했다. 설문 응답자의 연령대는 1960년대 출생자 19%, 1970년대 39%, 1980년대 33% 등이었다. 또한 이 조사에서 91%가 부모의 정년 연장에도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중국의 퇴직연금은 농민을 대상으로 한 농촌농민양로금, 직장인을 위한 기업직공양로금, 공무원을 위한 사업단위양로금 등 세가지로 나뉜다. 최근 한 유명 블로거는 세가지 연금을 평균으로 계산해보니, 퇴직후 매달 받는 양로금은 월급여의 48% 수준인 것으로 계산된다고 전했다. 베이징시의 경우 지난해 근로자의 월평균급여는 5223위안이었던데 비해 양로금은 평균 2773위안이었다.
중국에는 노인들을 위한 손쉬운 일자리가 많은 편이다. 때문에 퇴직한 후 양로금을 받으면서 좀 더 쉬운 일자리를 잡아서 돈을 번다면 힘은 덜 들이면서도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65세까지 원직장에서 일을 하느니 60세까지만 일하고 양로금을 누리는게 더 낫다는 판단인 것. 실재로 현재 50세에 퇴직한 여성들은 대부분 다른 일거리를 잡아 더 큰 소득을 누린다. 여성들이 특히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이유다.
또한 쉬고싶다는 욕망에 정년연장을 반대하는 중국인들도 많다. 한가지 일을 계속해와 염증을 느끼기도 하며,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인민들 역시 역시 정년연장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어서빨리 양로금을 지급받아 생계를 해결하고, 남는 시간에 자신이 그동안 하고 싶어했던 일이나 취미활동을 하고자 한다.
상하이 차이징(財經)대 상학대학원 중훙쥔(鍾鴻鈞) 교수는 "대다수가 정년 연장에 대해 반대할 것으로 본다"며 "정년 연장이 본인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인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