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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특유의 위기론을 설파하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올해 삼성그룹은 △신사업 개척 △투자 확대 △품격 강화 등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삼고 지속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 삼성은 지난해 진행해 온 사업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신사업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장 정체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중공업 부문의 실적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도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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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미 삼성은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삼성에버랜드 이전,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등 일련의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전자소재·바이오 등 미래사업 투자를 위한 초석을 닦았다.
또한 제일모직이 지난 8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23억달러(한화 2조43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코닝의 지분 7.4%를 전환우선주 형식으로 인수하는 등 전자소재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도 감행했다.
당장 다음달에는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사업에 대한 투자도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는 각각 847억원씩 출자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차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두 회사는 내년 8월까지 네차례에 걸쳐 총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의 올해 투자 규모도 지난해 보다 늘어나, 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어려울 때가 투자 적기'라는 삼성의 투자 방침은 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삼성은 2011년 42조원, 2012년 45조원, 지난해 49조원 등 매년 7~9%씩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이와 함께 삼성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에 힘쓰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등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공유가치창출(CSV)를 필두로 한 상생 비즈니즈 전략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이윤창출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서비스·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나가자"며 "이를 위해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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