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순방 중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AI사태 등 국내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은 민족 대이동이 있는 다음주 설 연휴 전에 AI를 조기 종식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불협화음이 방역 관련부처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만큼 AI 조기 종식이 이뤄질까라는 의구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살처분으로 설 연휴 전에 AI 조기종식 가능할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일 열린 가축방역협의회에서 이동중지 명령의 연장에 대한 필요성을 논의한 이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이동중지조치는 더 이상 AI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예정대로 해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전북 고창·부안 발생지역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추가적인 의심신고 건이 없었고, 매일 예찰을 실시하는 등 역학적으로 관련된 24개 농장에서도 특이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내린 조치였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예상과 달리 반나절 만에 방역대 밖인 전북 정읍에서 AI 감염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농식품부는 방역체계에 따라 살처분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21일 "AI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 살처분의 범위를 현행 발병농가 반경 500m에서 3㎞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추가 살처분 대상은 고창·부안의 AI 감염 확진 농장 반경 3㎞ 내에 있는 농장에서 사육 중인 오리다.
권재한 국장은 "닭은 현재까지 AI 감염사례가 없는 점을 고려해 살처분 확대 대상에서는 제외했지만 앞으로 닭에서 한 건이라도 AI가 확인되면 닭도 오리와 같은 기준으로 살처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1일 현재 살처분한 닭과 오리는 총 20만3000마리에 이른다.
농식품부는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철새의 주요 이동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등 주요 철새도래지 37곳에 대한 예찰을 집중실시하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주요 철새도래지와 주변 축산농가에 대해서는 전국의 지자체, 농협의 공동방제단,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등과 협조해 예찰 및 소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권 국장은 "철새로 인한 AI 감염원이 농장에 유입되지 않도록 축사 소독과 차량바퀴 소독, 작업복 및 장화 갈아신기 등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야생철새 이동경로 두고 부처간 불협화음
AI 확산 방지는 야생철새인 가창오리 이동경로 추적에 달려 있다.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가창오리의 이동경로에 대한 입장차이를 보이며 허점투성이인 방역대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게 만든다.
농식품부는 가창오리의 특성상 이동경로가 일정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환경부는 가창오리의 이동경로가 일정치 않다며 전국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창오리는 지난해 1월 전남 해남군 금호호에 머물렀다. 이후 1~2월 전북 동림저수지·금강호를 거쳐 3월 충남 삽교호로 이동했다. 이번 겨울에는 지난 11월 중순 전남 영암군 영암호에서 16만여마리, 12월 하순 전북 금강호에 15만여마리가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초에는 동림저수지에서 발견됐고, 충남 당진 삽교호·서산 간월호·천수만, 전북 익산 만경강 등지에도 모습을 보였다. 2~3월에는 전북 새만금과 삽교호가 예상지역으로 꼽힌다. 이동경로의 변화는 해마다 먹이의 분포, 기온 차이 등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정부가 발표한 야생철새 이동경로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은 애초부터 부착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청둥오리에 GPS를 부착해 이들의 하루 활동반경과 이동경로, 도래지 등을 쉽게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가창오리는 고병원성 AI(H5N1형)로 분류된 적이 있어 특별히 예찰해야 할 철새임에도 불구하고 GPS가 부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창오리가 포획이 쉽지 않고, GPS 장치를 부착해도 분실될 우려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번 AI사태의 주범인 가창오리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됨에 따라 방역당국은 뒤늦게 GPS 부착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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