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에서는 내실 경영 강화를 위해 재무와 기획 부문의 인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기존 기업들의 관행이었음을 놓고 볼 때, 이번 변화는 더 이상 ‘마른 수건’만 짜내서는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차기 회장에 기술통인 권오준 사장이 내정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기업의 성장 전략이 기존의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는 ‘요소 투입형’에서 선도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 기반형’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선택이다.
기업이 수익을 내려면 제품을 팔아야 하고,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아야 한다. 히트상품의 주기도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예측분석도 1~2년에서 6개월로 단축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맞춰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성과 경제성이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한 R&D 부문의 역량 확충이 필요하다.
이를 재계에서는 기술경영이라 부르는 데, 그동안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이공계 인력들의 중용이 눈에 띈다. 삼성그룹의 임원 승진자 475명 중 R&D 부문은 역대 최다인 120명(25.3%)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사장단 48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명(52.1%)이 이공계 출신으로 채워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임원 승진자 419명 중에 182명(43.4%)이 R&D 및 기술 부문에서, SK그룹은 신규 선임 임원 100명 가운데 63명(63%)이 이공계 출신이다. LG그룹 역시 R&D 분야에서 31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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