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에서 삼성전자 성장성에 대한 위기론이 잇따라 제기되자 내부적으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잇따라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삼성 내부의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변화를 주문한 바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삼성전자가 지난 2년 동안 스마트폰 매출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 애플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로 성장했다면서도, 미국·유럽 시장의 마케팅 비용 증가·중국 저가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익성장세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인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에 가까운 상태에서 원화 강세·애플과의 특허 소송 비용 등으로 올해 더 큰 어려움에 부딪힐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달 15일에는 뉴욕타임스(NYT)가 삼성의 위기감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NYT는 '삼성, 불안한 선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패스트 팔러어'가 아닌 '트렌드 세터'으로 변신해야 한다며 스스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지목한 삼성의 성장 장애 요인은 전체 영업이익의 70%가량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사업부의 수익성 둔화다. 주력 제품군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폭이 예년 보다 줄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이다.
시장분석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매년 성장세를 보여 온 300달러 이상 고가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부터 3억2000만~3억3000만대 수준에 정체될 전망이다.
◆ '시장과 기술의 한계돌파'…사상 첫 임직원 결의대회 개최
삼성전자 측은 표면적으로 "외부의 우려에 내부적에서도 걱정은 하고 있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며 담담한 표정이다. 하지만 최근 사업부문별 위기 관리서를 작성하는 등 내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은 올해 불투명한 경기와 격화되는시장경쟁 등 어려운 경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전체 임직원의 의지를 모으는 결의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시장과 기술의 한계돌파'라는 슬로건 하에 진행되는 이번 결의대회는 지난 13일 권오현 부회장이 주관하는 DS(부품)부문을 시작으로 21일 윤부근 사장이 담당하는 CE(소비자가전)부문, 23일 신종균 사장과 이상훈 사장이 주관하는 IM(IT무선)부문과 경영지원을 담당하는 전사 부문 순으로 진행된다.
◆ '전자의 위기는 곧 그룹의 위기'…사장단 회의 주제도 '혁신'에 초점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그룹의 전 계열사에도 공유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이 삼성그룹 총 매출액의 66%를 차지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그룹의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은 최근 개최한 두 번의 사장단 회의 주제도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22일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서는 연세대 철학과 교수 김형철 교수를 초빙해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에 대한 강연을 청취했다.
김 교수는 이날 중국 철학자 장자의 사마귀 우화를 인용해 '변화하는 세상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한번에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세상은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변화에 자기 혁신을 통해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 오늘 강연의 주요 요지"라며 "혁신의 실패 원인에 대해 질문하는 등 사장단이 강연 내용에 상당한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서도 삼성의 변화가 강연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날 '바람직한 기업관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한 전원책 변호사(자유기업원장)는 "삼성에 대한 정확한 기업, 엘리트 기업이라는 이미지에는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만 삼성을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아날로그적, 인간적 감성을 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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