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도 그럴 것이 SK그룹이 ICT 기술 총괄직을 신설하고 지휘봉을 맡긴 임형규 신임 부회장(사진)은 76년 삼성에 입사한 이후 줄곧 반도체 분야에서 활약해온 삼성 반도체의 ‘산증인’이다.
1953년 경남 거제 출신인 임형규 부회장은 경남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1976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1985년 삼성반도체 수석연구원, 1995년 삼성반도체 메모리설계총괄 전무를 거쳤다. 이어 2001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에 올라 2004년 삼성전자 전사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장과 2005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까지 삼성 기술 분야 최고 수장을 경험했다.
특히 한때 삼성에서는 이윤우 전 부회장과 황창규 전 사장과 함께 ‘반도체 삼각편대’로 통했으며 '스타CEO'로 주목받았다. 90년대 후반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자 했을 때는 임 부회장이 첫 주자로 뽑힐 정도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의 얼굴’로 불려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지난해에는 34년간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전자공학회로부터 대한전자공학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러한 임 부회장이 이번에 SK에 영입된 데는 최태원 SK 회장의 추천이 컸다. 지난해 최 회장은 그룹의 ICT 기술 분야 성장을 주도할 인물로 임 부회장을 추천했고 그룹 내 관련 CEO들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임 부회장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으며 2012년 하이닉스 인수 당시에는 많은 조언도 얻었다는 후문이다.
임 부회장의 영입 과정에는 삼성그룹측의 양해를 얻어 국내 관련 업종간 인재 교류를 통해 협력하는 좋은 선례도 남기게 됐다.
이번 영입으로 SK그룹은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장석 SKC 부회장과 함께 부회장이 총 4명이 됐다.
임 부회장은 앞으로 그룹내 ICT 관련 기업인 SK텔레콤과 SK C&C, SK하이닉스 내의 기술 성장관련 인력과 조직을 총괄하게 된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ICT기술 총괄직 관련 위원회 설치도 검토하고 있어 새 위원회의 수장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SK는 임 부회장이 SK그룹 ICT 분야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비전을 설계하는 역할을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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