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 고용노동부는 23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을 확정했다. 지침을 통해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했지만 그간 논란이 됐던 ‘신의성실 원칙(신의칙)’ 등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못해 향후 노동계와의 진통이 예상된다.
고용부의 이번 지침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로, 일선의 근로감독관에게 시달될 노사지도 가이드라인이다.
고용부는 새롭게 확정된 지침을 통해 기존 예규에서 통상임금 요건으로 규정했던 1임금지급기(1개월)를 대법원 판결대로 폐지했다. 1988년 제정된 고용부 예규는 통상임금 요건으로 1임금지급기를 규정해왔지만,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은 개월수에 상관없이 통상임금에 포함키로 했다. 다만, 삼성과 같이 근무실적을 평가해 지급여부와 금액을 결정할 경우엔 통상임금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상여금도 정기적으로 지급될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일정 기준에 부합되는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기술수당이나 근속수당도 고정성과 일률성을 인정해 통상임금에 들어간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신의칙이다. 이는 지난 12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단 조건이다.
원칙대로라면 근로자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최근 3년분에 대한 추가 임금을 사측에 청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신의칙을 통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명시적 혹은 묵시적 노사합의 내지 관행이 이뤄졌고 △추가임금 지급시 기업이 중대한 경영상의 곤란을 겪는다면 노조가 추가임금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당시 노동계는 법원이 판단에 있어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했다며 비판했다.
정부 역시 이번 지침에서 신의칙을 적용했다. 노동계가 이번 지침이 기업측에 유리하게 마련됐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더욱 큰 갈등요인은 시기다. 정부는 올 임금협상 전까지 이를 적용키로 했는데 이는 재계가 신의칙 적용을 주장하는 기간과 일치한다.
임금협상 만료일까지를 신의칙 기준으로 설정하게 되면 그동안 판례로 인정돼온 체불임금을 못 받게 돼 노동계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해 12월19일을 기준으로 이후부터는 신의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피력해 왔다. 민주노총 측은 "대법원 판결 이후 신의칙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면서 "고용부가 일방적으로 사용자 편을 들고 노사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논란을 대화로 해결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신의칙을 강조한 판례 취지에 따라 노사간 성실한 대화를 통해 원만히 풀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화로 이를 해결하기란 현재로선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동계와 정부의 공식 대화창구인 경제발전노사저위원회가 잇따른 노동계의 불참선언으로 사실상 '반쪽'으로 전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정기적으로 지급하더라도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귀경비·휴가비와 같이 정기성 요건을 충족한 정기상여금도 고정성이 빠져 있으면(재직자에게만 지급하면)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인데, 이 부분 역시 재직자 요건을 두고 갈등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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