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저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만 상승세일 뿐 본격적인 매매 활성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거래 현장의 시각이다.
26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다르면 1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3% 올라 7주째 상승세를 나타냈다.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세와 실거래가에는 차이가 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76㎡가 8억2000만~8억3000만원, 84㎡가 9억2000만~9억3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했다.
대치동 우리공인 관계자는 "한달새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오르긴 했지만 집주인이 기대감에 올린 것일 뿐"이라며 "거래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실거래가 통계를 잡을 수도 없다"고 전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다. 1단지 전용 35㎡형이 5억5000만~5억7000만원, 2단지 47㎡형이 8억원선에 시세를 형성했다. 실거래가는 이보다 2000만~3000만원 낮은 선에 형성되고 있다.
인근 태양공인 박효근 대표는 "올 들어서만 호가가 2000만원 가량 오른 수준이지만 1월 비수기이다 보니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은 편"이라며 "설 연휴가 지나고 학군 및 이사철 수요가 몰리면 본격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반 아파트는 오히려 실거래가가 하락한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내역을 보면 대치동 아이파크 전용 85㎡형 6층은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8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 7일에는 이보다 3500만원 낮은 8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미아동 래미안 트리베라 1차 전용 84㎡형의 경우 4층 매물이 지난 9일 3억92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6일에는 같은층이 4억3500만원에 거래돼 4000만원 가량 떨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추격 매수세가 붙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은선 부동산114 연구원은 "지난해 규제가 완화되고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며 가격이 한차례 오른 이후 매도자와 매수자간 희망가격 차이가 벌어졌다"며 "지금은 매수자가 원하는 싼 매물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거래가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승세를 보이는 아파트 매매시세 통계 역시 실거래가 상승 보다는 강남권 재건축 등 일부 단지의 호가 상승에 기인한 면이 크다. 감정원을 비롯한 시세 평가기관의 경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시세 책정을 하지만 거래가 없다면 사실상 호가가 반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세기 감정원 주택동향부장은 "연말연시 가격이 오른 후 호가가 상승하며 공백이 생긴 상황"이라며 "추격매수가 형성되느냐 여부가 시세 상승을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전셋값은 여전히 상승일로를 걸으며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월 셋째주 기준 무려 74주째 오름세를 지속했다. 서울도 강남권 상승폭이 확대되며 40주째 고공행진 중이다. 1~2년 새 부쩍 오른 전셋값이 도무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기본 전세 시세로 굳어지는 분위기여서 세입자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김세기 부장은 "시장에 워낙 전세물건이 귀하다보니 '부르는 게 값'인 상황으로, 앞으로도 전셋값 상승세가 유지되면 유지됐지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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