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 부모들은 모두 유상호 사장으로부터 편지 한 통과 과일바구니를 받는다.
편지에는 “훌륭한 인재를 키워주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최고의 인재로 키우겠다”는 글귀가 쓰여 있다. 유 사장이 지난 2005년부터 작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신입직원 부모와 맺은 약속이다.
약속대로, 한국투자증권은 매년 100여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해 금융전문가로 키우고 있다.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통합 이후 단 한 번도 직원 감축이나 대규모 지점 통·폐합과 같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지난 1960년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태어난 유 사장은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등학교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유 사장은 1년이 후 돌연 유학길에 올라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따라서 유 사장의 삶을 되짚어보면, 인재는 타고나기보다 노력으로 얻어진다는 명제를 증명하는 것 같다. 남들이 안정적인 길이라고 여기던 행원생활보다 배움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귀국 후 30대에는 대우증권에 입사해 최고경영자가 되겠다는 인생계획을 짰고 40대에 그 꿈을 이뤘다. 증권가에서 최연소와 최장수 증권사 사장이란 진기록을 동시에 기록 중이다.
지난 2007년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됐을 때 그의 나이는 47세에 불과했고, 올해로 8년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유 사장은 “돌이켜보면, 구체적인 인생 계획을 세운 게 주효했다”며 “자신만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만 목표 설정과 단계별 실행 방안을 수립해야한다”고 전했다.
대우증권 시절 유 사장은 국제부, 런던법인 부사장 등을 거치며 증권가 국제통으로 불렸다. 대우증권을 통해 이뤄진 외국인 투자 규모 60%를 그가 맡을 정도다.
인복도 많았다. 대우증권을 나와 메리츠종금증권 상무로 있을 무렵,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 사장은 김 부회장의 제의를 한 차례 고사했지만 두번째 부탁을 거절하지는 못해 한국금융지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유 사장은 증권가에서 ‘자신’을 숨기지 않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유 사장이 보신주의에 얽매여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목표의식도 확고하다. 한국투자증권이 3년 연속 증권업계 수익성 1위 자리로 지키고 있지만 그는 아직 실적에 만족하고 못하고 있다.
유 사장은 “최고경영자라면 내일이라도 그만 둘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마음을 비우고 업무에 임하면 긴 안목을 가지고 몸을 던져 일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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