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이올린 켜는 이공대생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1-26 12: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이한선 기자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이공계 학생들이 연주하는 영화 여인의 향기에 등장한 탱고곡인 카를로스 가르델의 포르 우나 카베사, 파헬벨의 캐논이 듣기 좋았다.

연주 수준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공계생들이 바이올린, 챌로, 피아노, 플롯을 연주하는 것 자체가 부러웠다.

주위에 휘돌리지 않고 관심 있는 공부를 마음껏 하면서 감성이 충만한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 같아서다.

지난 24일 들렀던 광주과학기술원의 악기동아리 ‘악동’들의 연주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삭막할 것만 같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흘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음악 연주가 펼쳐지니 색달랐다.

허호길 광주과기원 기획처장의 말로는 이들이 대학에 들어와 배우기 시작한 연주 실력이라고 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기자들을 상대로 하는 뻔한 학교 소개를 넘어서 신선한 발상이었다.

4년전 뽑기 시작한 광주과기원의 학부생들은 필수적으로 악기를 배운다고 한다. 수영장도 갖춰 체육도 3년을 배운다.

역사와 철학 등 다양한 인문 과목이 개설돼 학부과정이 끝나고 과학 계통이 아닌 인문 계통으로 진로를 바꾸는 학생이 나올 정도로 인문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학년까지는 과가 없는 자유전공으로 배우다가 3학년을 앞두고 전공을 선택한다.

3학년에 전공을 선택하지만 과라고 부르지 않고 '집중'(컨센튜레이션)이라고 한다. 전공과목을 12학점까지만 들을 수 있고 나머지는 다른 과목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과기원이 인문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다방면의 교육을 통해 창의성과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문전인 과학 기술에 대한 연구는 대학원에서 하면 된다는 취지다.

이같은 모델은 미국의 칼텍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과학기술원(KAIST)이 미국의 MIT를 모델로 한 것과 비교된다.

한 한기에 학부생 1000명을 모집하는 KAIST와 달리 광주과기원은 100명 정도를 뽑고 있다.

점차 늘릴 계획이지만 200명까지만 예정하고 있다.

소수 정예 모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학부와 대학원의 완전 분리도 시행해 대학원에서는 교수가 강의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교수 1인당 논문 수와 특허 출원 건수가 타대학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나중에 출범한 대구경부과학기술원(DGIST)도 광주과기원의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학부생 수가 적어 교수대 학생 비 면에서도 보다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높다고 강조한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

효율을 끌어올린 태양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는 히거신소재연구센터, 출력이 높은 레이저로 암세포를 죽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 등이 GIST의 자랑이다.

GIST 학부의 융합 교육은 급하지 않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가 들어서자마자 신년회에서부터 창조경제 정책의 성과를 주문했다.

창조경제 정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마음도 급한 것 같다.

창조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놓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창조경제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 마저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도 든다.

미래부의 보도자료에도 어디에나 창조경제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여기저기서 성과를 내놓으라는 주문이 쏟아지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급하게 하다가 탈이 날 것만 같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뒤를 돌아보며 가기를 바란다. 여백이 없이 몰아붙인다고 창의적인 정책이 나올지 의문이다.

미래부야 말로 GIST의 악기 동아리 같은 것이 필요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깨 힘을 빼 큰 욕심 내지 말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필요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