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부다페스트무역관 개설후 공산권 교역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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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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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헝가리 수교 25년’, 동구권 교역의 시작 ‘양파무역’(하)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뎀얀 헝가리신탁은행 총재는 첫 방한 기간중 연간 20만대 생산규모의 자동차 공장과 함께 알루미늄 생산공장을 헝가리에 합작 설립하는 것을 조건으로 공식관계 수립의사가 있음을 제의해 왔다. 이때 부터 한국이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할 첫 동구국가로 헝가리가 지목됐다.

그의 한국 방문으로 대 헝가리 교역이 빠르게 전개되는 듯 했으나 실제 투자를 담당해야 할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는 헝가리측의 합작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코트라(KOTRA)를 앞세운 정부의 끈질긴 노력으로 1987년 12월 15일 우리나라의 공산권 지역 최초의 무역관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이듬해 3월 헝가리상의도 서울에 사무소를 각각 개설했다.

이 같은 민간 차원의 대동구권 경협 확대 분위기를 배경으로 6공화국 정부는 1988년 9월 13일 헝가리와의 첫 상주대표부 설치합의를 발표하면서 북방진출의 서막을 열게 된다.

◆체코산 방적기 - 한국산 면사 구상무역
물론 무역사무소 개설 이전에도 동구 공산권과의 교역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이 중개상을 통한 간접무역 방식이었다.

동구권 국가들은 그들의 우방인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교역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시대였을 뿐 아니라 국가간 공식관계가 수립돼 있지 않아 은행간 협정 등 직교역을 위한 환경이 조성돼 있지도 않았다. 대동구권 간접무역의 주 무대는 구소련 및 동구권과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던 중립국 오스트리아의 빈이었다. 그밖에 스위스나 서독, 그리고 이탈리아를 통해서도 비교적 활발히 간접무역이 이루어졌다.

이 같은 간접무역을 겨냥해 코트라는 이미 1968년에 빈 무역관을 개설했고 삼성물산을 비롯한 종합무역상사들도 80년을 전후해 빈 지사를 개설, 동구권과의 간접교역에 적극 나섰다.

당시 빈에는 동구권 전문 중개상 7000여명이 들끓었기 때문에 코트라도 1970년대초부터 1980년대초까지 약 10년간 빈,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등 3개 무역관을 통해 동구권 지역 전시회에 40여 차례나 참가했다. 이때에는 우리 상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 상표를 모두 뗀 채 중간상들을 통해 상품을 선보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82년부터 1984년까지 독일의 동구권 전문중개상 KOWA를 통해 체코산 방적기 800대가 수입되고 그 대신 면사 등이 수출되는 구상무역이 성사했다. 이는 종전까지 일본과 이탈리아산 방적기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국내 섬유업계에 커다란 화제가 됐다.

◆동베를린서 첫 한국상품 전시회, ‘한국’ 명칭 사용 못해
이어 1985년 7월초 공산권 지역에서는 최초로 동베를린에서 1주일간 한국상품 전시회가 개최됐다. 전시회에는 삼성물산, 대우, 효성물산, 한일합섬, 금성사, 선경, 갑을방적 등 25개사가 참가해 관련업체 임직원 등 100여명이 대거 동독 땅을 밟았다.

동베를린시 중심부에 있는 국제교역센터 빌딩 1층 특별전시장에서 열린 상품전에는 700여명의 동독 대외무역공단(FTO) 관계자들이 참관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동독 정부가 끝내 거부함에 따라 이 전시회의 명칭은 한국 국명을 사용하지 못한 채 ‘코트라 단독 전시회’에 머물러야 했으나 대동구권 직교역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데는 상당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어쨌든 헝가리와의 첫 무역사무소 교환개설 및 수교를 모델로 유고, 폴란드, 불가리아, 체코, 동독, 루마니아 등 거의 전 동국권 국가들의 문이 열리게 됐고 종합무역상사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은 이제 코리아란 이름을 앞세우고 북방시장 개척에 본격 나서게 된다. 해방 이후 우리의 교역사에 북방진출이라는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동구권 시장 진출은 동시에 공산주의 원조국가인 소련 진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데올로기의 해방을 이뤄나가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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