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자산 매입을 매달 100억 달러씩 더 줄이기로 했다. 앞으로 매달 650억 달러의 자산 매입을 한다. 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보인다는 판단에 자산 매입 규모를 지난해 말까지 매달 850억 달러에서 연이어 100억 달러씩 줄인 것이다.
이에 불안했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 금융시장은 물론 선진국에까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캐나다 달러화, 노르웨이 크로네화 가치도 달러화에 대해 수 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원자재를 수출하는 선진국 통화에 대한 매도세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 31일 뉴욕 증시는 물론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터키 등 주요 유럽 증시도 떨어졌다. 지난달 뉴욕의 3대 지수(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나스닥) 등은 1.7~5.3% 하락했다. 연준의 축소 발표 후 신흥증시ㆍ통화가치도 물론 하락했다. 터키의 이스탄불 증시도 전날보다 3.2% 떨어졌다.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의 매도세가 선진시장까지 퍼지고 있는 전형적인 단계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일란 솔롯 애널리스트는 "보통 선택적으로 신흥시장 자금을 팔고 있다면 다른 시장에서 이득을 보겠지만 현재 투자자들은 전반적으로 시장 전체 흐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이 위기에 직면했으며 이에 대한 긴급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현재로선 투매를 촉발한 단일 요인을 지목하기 어렵지만 많은 국가들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준이 제3차 양적완화 축소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중남미 지역 등에서도 당분간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바클레이스캐피탈은 신흥국들이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주 터키ㆍ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터키는 기준금리를 4.5%에서 10%로 대폭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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