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ㆍ송종호 기자 =SK플래닛이 차량용 내비게이션 하드웨어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대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구축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구현할 수 있도록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 내에서 내비게이션 하드웨어를 맡아오던 SK마케팅앤컴퍼니가 SK플래닛에 합병되기 전 이미 단말기 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은 SK텔레콤의 주요 자회사 가운데 하나다.
SK플래닛에서는 지난 2012년 6월 이후로 내비게이션 하드웨어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SK플래닛 관계자는 “아직 철수보다는 사업유지 단계라고 보는 게 맞다”며 “올해 사업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어 철수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내비게이션 사업을 철수 한 것처럼 대기업 특성상 매출이 부진한 시장은 과감하게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1년 이상 제품이 안 나온다는 것은 시장 철수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마케팅앤컴퍼니는 지난 2012년 SK플래닛에 흡수·합병되기 직전까지 매립형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당시 매립전용 제품인 엔나비 2000ML, 엔나비 3000ML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2009년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 대중화가 시작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내비게이션 앱들이 기존 단말과 대등한 성능으로 점유율을 잠식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팅크웨어, 파인디지털 등 전자지도와 하드웨어를 함께 제조하는 전문 업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에는 차별화된 성능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SK플래닛은 현재 SK마케팅컴퍼니로부터 내비게이션 사업을 넘겨받았지만 하드웨어 부문은 A/S만 진행하고 있다. SK플래닛 엔나비 공식 쇼핑몰(www.ennavimall.com)에서도 더 이상 내비게이션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SK플래닛은 현재 내비게이션 보다 차량에서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플래닛은 현대·기아차와 업무 협약을 맺고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인 신형 '카니발'에 들어가는 커넥티드 카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또한 SM3·5·7시리즈, QM3·QM5 등 르노삼성 차량 전 라인업을 통해 T맵을 비롯한 '스마트 커넥트' 서비스를 제공(일부 선택), 상용화하고 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르노 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계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다른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과도 많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히 차량에 별도의 통신 모뎀 장착 없이도 고객의 스마트폰 테더링 기능을 이용한 커넥티드 환경을 제공해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이 결합된 형태의 차량용 플랫폼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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