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5대 취약국(Fragile five)인 인도ㆍ인도네시아ㆍ브라질ㆍ남아공ㆍ터키 등의 연료값이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막대한 수입액을 지출한다고 우려했다. 한 에너지 컨설턴트는 "신흥국의 환율 불안과 높은 유가는 신흥시장에 전반의 에너지 성장 패턴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브렌트유가 배럴당 1210랜드에 거래되면서 남아공 정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석유 가격이 최고치에 달했다고 밝혔다. 무역적자의 절반 이상이 에너지 비용으로 쓰이는 터키에선 원유 가격이 지난해 4월 이후 40% 이상 치솟았다.
주요 신흥국들은 지난 10년간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다량의 원유를 수입해왔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원유 수요가 급감했음에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흥국들은 주요 원유 수입국으로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최근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가격 부담이 커졌다.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된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본격적으로 양적완화를 축소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에 자금이탈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가 일제히 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 신흥국들은 상품 가격이 올라도 보조프로그램을 가동해 수입량을 줄이지 않았다. 연료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의 부담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는 연료 보조금이 올해 예산안의 11% 가량 사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가 연료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뱅크의 월터 디 웨트 상품조사국 국장은 "통화 가치 하락은 신흥시장의 주요 방해물이다"며 "운송 음식 등 막대한 지출이 있기 때문에 타격이 클다"고 설명했다. 또한 높은 연료 가격은 적은 돈으로 다른 지출 부분을 충당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높은 원유 가격의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경제활동에 즉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여름 루피화가 하락한 이후 디젤 가격을 올려 산업 연료 소비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FT는 신흥국의 무역적자를 확대시키고 경제성장률을 낮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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