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힐링’ 싫다던 강신주가 ‘힐링캠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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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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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링캠프’ MC를 힐링시킨 강신주의 힘

[사진=SBS '힐링캠프' 방송 캡처]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아주 독했다. ‘벼랑 끝 질문’은 보는 시청자들마저 ‘저런 돌직구를 날려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공식 시청자 게시판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그래도 신선했다.

3일 오후 11시15분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는 철학자 강신주가 출연했다. 첫 공개녹화였다. 강신주는 “‘힐링캠프’가 폐지되려고 저한테 출연 제의를 한 줄 알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힐링이다. 제작진이 ‘힐링캠프’를 공격해도 좋다고 해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신주는 말 그대로를 실천했다.

수 십명의 청중이 모여 강신주와 대담에 나섰다. 각자 가진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이었다.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고민이었다.

한 여성은 “마흔이 넘도록 결혼을 못해 고민”이라며 “어머니의 바람도 있고 해서 결혼을 하고 싶은데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지 선을 60번이나 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3번이나 결혼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배우 조인성과 닮은꼴인 ‘힐링캠프’ FD 출신의 연기 지망생은 김성수는 “50번이나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이제는 고향에 내려가 돈을 벌어야 할지 연기자의 꿈을 이어가야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20대의 젊은 취업준비 여성은 “귀에 종양이 생기면서 일하기가 힘들어진 아버지가 자꾸 집에서 심심해하며 저에게 집착한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라는 고민을 내놓았다.

강신주는 독설을 하기 시작했다. 결혼하고 싶다는 여성에게는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느냐. 사랑을 하고 싶나, 결혼을 하고 싶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끝이다. 결혼을 강요하는 사람이 없어진다”며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어느 순간 본인을 통째로 바꿀 사람이 나타난다. 남자와 자주 만나라”고 조언했다.

배우 지망생 김성수에게도 돌직구 독설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신주는 “28살에 꿈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만나보면 다들 취업이 꿈이라고 한다. 그건 그냥 돈 벌어서 먹고 살겠다는 것밖에 되질 않는다. 꿈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능력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끈기가 없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 중에 나사(NASA)에 가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 아이들은 그 날부터 영어 공부를 한다. 그런데 나사에 가고 싶다고 해놓고 딴 짓을 하는 아이들은 그냥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하는 말이다. 50번 오디션을 봤다고 했나? 51번째도 있다. 52번째도 있다. 도전해라”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고민인 여성은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고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버지가 귀찮다는 것이다. 제거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자기 없어도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혼자 놀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어 “아버지들은 모두 소다. 밭에 나가 소처럼 일하다 집이라는 외양간에 들어오면 쉬는 것이다. 아이들이 주말에 아버지와 놀고 싶어할 때 어머니가 ‘아버지 피곤하시니까 쉬게 놔둬라’라고 말하면 안된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아이들과 캠핑도 가고 낚시도 가고 해야 하는 것”이라며 “아버지와 많은 것을 함께 해보라.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게 무엇인지, 아버지가 같이 놀아달라고 하는 것은 딸과 소통하려고 하신 것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힐링캠프’ MC들도 강신주를 피해갈 수 없었다. 강신주는 “낮에만 괜찮다하고 밤이 되면 고민하고 있다. 이제는 쿨하게 살고 싶다”는 성유리에게 “결국 낮에는 가면을 쓰고 있는데 그것이 지치는 게 문제 아니냐? 사실 세상에 가면을 쓰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머니조차 가면을 쓴다. 그런데 문제는 성유리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연인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만큼은 가면을 벗을 수 있다. 하지만 혼자라면 나홀로 가면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혼자 산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것도 아니고 같이 산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혼자 살면 자유롭고 같이 살면 조화롭다. 결국 혼자 살든 같이 살든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라고 말한 MC 김제동에게는 “정신병원에 온 것 같다”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또 “최근에 평소 갖고 싶었던 사자 인형을 샀다. 이제는 제가 갖고 싶은 것을 사고 싶다”는 말에 강신주는 “사자 인형은 죽지 않는다. 영원하다. 영원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린 아이들 뿐이다. 성숙한 사람들은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긴다. 벚꽃을 왜 구경 가느냐. 이제 곧 지기 때문이다. 어른들을 왜 공경하느냐. 이제 곧 돌아가시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것 역시 언제가 죽기 때문이다. 김제동 씨도 이제 인형 말고 살아있는 것들을 키웠으면 좋겠다. 여자도 만나 사랑하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시청자들은 돌직구 표현과 해결책 제시에 양분됐다. 시청자는 김 모씨는 “오늘 방송은 몹시 실망입니다. 혹자는 강렬한 한 방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의 시청소감은 마이크라는 권력을 가진 자의 자기만족? 독설? 상처를 후벼파는 거야 누가 못하나요? 저도 하겠습니다”라고 실망감을 표했다.

또 다른 시청자 박 모씨는 “철학자님이 갖고 있는 생각들이 옳다고 느껴지지 않더라도 ‘저 사람은 저런 삶을 살았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한두 군데 빼고는 방송 중 대부분이 마치 ‘왜 그렇게 사세요?’ ‘이렇게 하세요. 이게 맞는 거에요’ 라는 듯한 강요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라고 의견을 남겼다.

반면 배 모씨는 “밝히기에 너무나 부끄러운 치부들을 용기 있게 드러내고 해답을 찾아가고 응원해주는 진지함,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너무나 부족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솔직한 고 민들을 전문가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프로 없었잖아요? 앞으로 저명한 정신과 의사나 세계의 석학들이 강연자로 출연해서 민초들의 고민을 듣고 풀어나가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힐링캠프’가 이런 포맷으로 가도 아주 좋을 것 같고요”라고 했다.

김 모씨는 “앞으로 녹화방송하지 말고 공개방송으로 전환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강신주님의 충격요법을 동원한 힐링설법이 정말 마음에 드네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저런 방식의 사고방식과 대화법을 용납하지 않아서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너무나 충격적이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네요! 앞으로 공개방송으로 생방했으면 좋겠네요! 인위적인 편집과 자막이 감동을 상쇄시킨 면이 있어서 좀 안타까웠어요”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힐링’이 싫다던 강신주 박사 특유의 치유법이 고민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진 않는다. 모든 시청자들에게 와 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 신선했고, 계속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입장이었던 ‘힐링캠프’ MC들에게는 특별한 시간이었음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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